공단 대대적 개혁 2년간 사업비 1조7천억원 절감…최경환 원내대표와 대구고 동기
"철도는 발이다. 발이 튼튼하면 못 갈 곳이 없다."
김광재(57)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만난 것은 지난해 말이었다.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국회 앞에서 만난 그는 "너무 덥거나 춥거나 하면 발이 묶일까 걱정부터 된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별 이상이 없느냐고 물은 그는 "수고스럽겠지만 면밀히 관리 바란다"고 했다. 목소리는 정중했고 다정했다.
김 이사장은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철도가 친환경 녹색교통 수단으로 어느 교통수단보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했다.
"철도시설공단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즉 공공기관이죠. 2004년에 설립됐는데 그 뒤부터 엄청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호남권, 수도권 고속철도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주요 일반철도 노선을 복선전철화, 고속화하면서 지속적으로 현대화하고 있어요. 2020년까지 전국 주요거점을 90분대로 연결한 철도망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김 이사장은 철도 분야에서 공단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러 곳에서 공단을 변화시킨 경영전략을 묻기도 한다. 그의 대답을 이랬다.
"일단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들여다봤지요. 깔 수 있는 것은 다 까봤다고 해야 할까. 수요와 운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과다한 시설 규모가 있더군요. 선례를 답습하면서 철도 설계에 원칙과 기준이 없었고요. 예산 낭비 요소가 많았는데 개선 노력이 부족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6대 경영방침을 제시했지요. 그랬더니 사업비가 많이 줄어들더라고요. 정확한 진단과 처방만이 답입니다."
그가 제시한 방침은 운영을 고려한 건설, 과잉 없는 경제적 설계, 무재해 안전시공, 수익창출로 재무건전성 확보, 창의'혁신과 인재양성, 청렴과 공생발전이었다. 낭비요인을 없애고 시설을 최적화하다 보니 지난해까지 2년간 공단은 1조7천385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하게 됐다. 물론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부장 이상 간부직의 11.4%에 해당하는 28개 직위를 폐지하거나 통합했습니다. 전 간부 직위공모제를 도입해 성과와 업무능력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쇄신했지요."
2011년 415억원, 2012년 929억원 등 1천344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았다. 지난해에는 700억원 가까운 부채를 상환했다.
내친김에 물었다. 박근혜정부는 공공기관, 공기업 개혁을 단행할 것이다. 무슨 복안이 있는가. 그는 솔직하게 답했다. 거침이 없었다.
"많은 공공기관이 변화하지 않고 무사안일과 방만 경영으로 지탄받고 있다. 부패방지와 청렴도 향상을 위해 금품 '향응 수수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을 강화하려는데 쉽지 않다. 감사원이 공단의 업무실적과 무관하게 기본급으로 지급한 실적수당과 자동근속승진제 폐지를 요구했는데 이를 고치는 과정에도 문제가 많다. 지속적인 철도 개혁을 위해 경영개혁추진단을 발족해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개혁 조치를 이행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공자(孔子)의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以過也: 잘못을 하고도 그것을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잘못이다)와 케인즈(Keynes)의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비용 고품질 철도를 적기에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방법은 하나다. 그는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생각은 깊이하고 일은 신속히 해나가야 한다. 이런 업무태도를 직원들에게 많이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고향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고향 밖에서 보니 어떤가.
"너무 보수적이다. 혁신적 마인드가 부족해 보인다"고 운을 뗀 뒤 "공무원에게 경제와 행정을 맡기고 있으니 아이템 발굴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회성 행사만 늘고 세계문화유산을 상품화하는 데 소극적"이라면서 "창조적이고 혁신적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대구가 고향이다. 경북중, 대구고를 나와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구고 15회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동기동창이다. 행시 24회로 철도청, 교통부, 건설교통부 등의 주요직을 거쳤고 이명박정부에서는 국토해양부 운항기획관, 해운정책관, 물류정책관, 항공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