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상담 이야기] 목회자의 아내 역할이 너무 힘들어요

입력 2014-01-09 14:08:31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고민=저는 작은 도시에 있는 한 교회의 목회자 아내입니다. 교회일 특성상 아내로서 늘 남편의 그림자로 숨죽여 살았습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제겐 마음의 병이 생겨 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온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남편 주변엔 항상 화려하고 유혹적인 옷차림의 여신자들이 있는데 그들은 밤 시간조차 자신의 집에서 예배를 드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경조사에도 당당히 남편을 차에 태우고 갑니다. 남편은 거절을 못 하고 그들의 요구에 순응하는 형편입니다. 사실상 전 오랜 세월 동안 말도 못하고 그들에게 남편을 뺏기고 우울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제게 배려는 없이 늘 내조 못하는 여자로 원망하며 그들 눈치만 보고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남편이 원망스럽습니다. 또 의심으로 다투는 일이 잦습니다. 이런 결혼생활을 어찌해야 할까요.

◇솔루션=남편이 종교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내의 역할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귀하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다른 사람들보다는 아내인 자신을 먼저 충만한 사랑과 신뢰로 챙겨주길 바랐을 것입니다. 남편은 이런 아내의 소박한 기대를 너무 몰라주었군요. 하지만 귀하께서 느끼고 있는 불안은 남편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라기보다는 남편을 둘러싸고 있는 몇몇 여신자들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귀하께서 볼 때, 그들은 교회 안에서 남편이 유혹을 느낄 수 있는 옷차림과 행동을 하는 것 같았고, 때로는 남편을 당당히 초대하는 모습에 묘한 의심과 불안까지 느꼈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그들이 남편 보약과 의복을 챙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몇몇 신도에 의해 아내 역할이 침범당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 그 기분은 참으로 허탈했을 것입니다. 더욱이 그들의 친절을 아내의 기분에는 상관 않고 수용해 버리거나 아내가 화를 내면 오히려 내조를 그르친다고 핀잔만 하는 남편에게 무척 서운한 마음이 들어 소외감마저 느꼈겠지요.

그러나 한편, 남편도 교회 목회자로서 동시에 가장 역할을 하기엔 고충이 있었을 것입니다. 목회자가 지나치게 교회 신자들을 제치고 자기 사적영역에 우선하여 아내나 가정을 챙기다 보면 교회 직무에 안일한 사람으로 치부될 수 있고, 또한 목회자로서 존경받는 데도 다소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남편 분께서는 마음속으론 자신의 아내인 귀하를 당연히 사랑하고 귀하게 여길 것입니다. 그러나 직무상 대체로 보수적인 종교의 외적 조건하에서 사랑의 표현이 억압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남편을 믿으세요. 남편이 서 있는 그 자리는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며 세상의 미혹들로 인해 쉽사리 흔들릴 수 있는 자리도 더더욱 아님을 아셔야 할 것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몇몇 여신자들의 말을 들어본다면 그들은 귀하의 남편을 미혹하기 위함이 아니라 신자로서 목회자를 존경하고 잘 해드려서 더 많은 기도와 복을 받기 위한 단순한 생각의 결과였다고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무조건 남편을 의심하고 여신자들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새로운 관점에서 신자들의 마음을 볼 수 있으셔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남편을 도와 분별력 있고 사려 깊은 처신과 반듯한 인간관계의 능력 기술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아내의 불안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털어놓기 대화'를 하세요. 남편의 따뜻한 이해와 아내 상처에 대한 대처가 나아진다면 귀하의 외로웠던 마음도 조금씩 치유되리라 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