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그 많던 환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14-01-08 11:04:34

그 많던 환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해 11월 의료 기기 제조 업체로부터 리베이트 78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의사 38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인공관절 한 개를 쓸 때마다 40만~70만 원, 척추 수술용 접착 물질을 쓸 때엔 22만~55만 원씩 리베이트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리베이트 수익은 환수되고, 적발된 의사들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 면허 취소 및 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사건이 터지고 한 달쯤 뒤 기자는 한 정형외과 병원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이상한 이야기를 전했다. "엄청난 수술 건수를 기록하던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서 우리 쪽으로 환자가 몰릴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우리도 환자가 줄었다."

환자는 무릎인공관절 수술 대상자를 말한다. 이유를 묻자 그는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동안 환자를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쉽게 말해서 수술 대상이 아닌데도 마구잡이로 수술했다는 말이다."

심한 퇴행성 관절염에 걸린 사람은 아예 거동을 못 한다. 외출을 못 해서 외톨이가 된다. 밤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통증이 사라지고 걸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환자들은 말한다. 인생의 제2 출발을 돕는 수술이 바로 무릎인공관절 수술이다. 무릎 위아래 뼈는 금속으로, 관절은 플라스틱 재질로 바꿔주는 수술을 말한다.

앞서 관계자의 말이다. "환자들은 인공관절만 넣으면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걸을 줄 안다. 그런데 사실은 다르다. 상당히 많은 환자가 여전히 걷지 못한다. 근력이 없는데 관절만 바꾼다고 어떻게 걸을 수 있겠나?"

사실 이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것이 못 된다. 인공관절 수술이 한창 붐을 이룰 때 일부 의사들이 이런 문제를 제기했었다. 당시 기자는 "수술하기 전에는 걸을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대학병원 한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물론 애매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과연 의사가 그것도 모르겠는가? 기자 양반 너무 순진하구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의료 기기 품목 시장 리포트-인공무릎관절'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공무릎관절 시장은 2012년 약 702억 원으로 연평균 성장률 8%를 보였으며, 2016년이 되면 941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무릎관절의 연골 수술이 아무런 의학적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팀은 무릎 연골에 이상이 생긴 환자 14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실제 수술을 했고, 다른 그룹에는 수술을 한 것처럼 알린 뒤 아무런 의학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년 뒤 부상 회복 정도를 비교했더니 놀랍게도 이들 두 그룹의 무릎 완쾌 정도나 재수술 필요 정도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물론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모든 환자들에게 일반화할 수 없다는 주장과 결국 수술 효과가 오래가지 못함을 입증한 것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어찌 됐건 수술 대상을 정하는 데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구지원은 지난해 진료비가 급증하거나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12개 항목을 집중 심사해 222억 원 감소에 달하는 진료 행태 개선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도 11개 진료 항목을 선정해 집중 심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집중 심사 대상 중에는 척추 수술, 견봉성형술(어깨관절 수술), 슬관절치환술(인공무릎관절 수술)도 포함된다.

우리나라, 특히 대구의 인공관절 수술은 놀라운 수준이다. 타지에서 명성을 듣고 찾아올 정도다. 명성을 쌓기는 힘들어도 먹칠을 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소신껏 진료하는 의사들까지도 '환자 만들어내는 의사'로 덤터기를 쓸 수 있다.

물론 의사만 탓할 일은 아니다. 의사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건강보험 수가 문제도 이런 의료 파행에 한몫 거들고 있다. 그러나 불만이 파행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이것이 관절 수술에만 국한된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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