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치매 비극, 국가 역할 더 확대해 막아야

입력 2014-01-08 11:05:38

인기 아이돌 가수의 아버지인 50대 서울 남자 박 모 씨가 치매를 앓는 80대와 70대 노부모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수년간 노부모를 극진히 봉양한 '착한 아들'이었으나 치매 병간호에 지쳐 우울증을 앓았으며 경제적 어려움마저 겹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 환자와 가족이 고통을 겪다가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진 사연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사건은 되풀이돼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경북 청송에서 치매 아내를 병간호하던 80대 노인이 차를 몰고 저수지에 뛰어들어 함께 목숨을 끊었다. 8월에는 서울에서 80대 할아버지가 치매 아내를 돌보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치매 환자 관리를 가족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사회와 국가적인 사안으로 바라보고 접근해야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발병률은 2008년에 8.4%였다가 2012년에는 9.1%로 해마다 늘고 있다. 치매 환자 수는 2012년에 54만여 명으로 추정되며 2030년에 127만 명, 2050년에 271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환자 급증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0년 8조 7천억 원에서 2020년에 18조 9천억 원, 2030년에 38조 9천억 원 등으로 급격히 커지게 된다. 치매 환자 가족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경제적 부담은 물론 환자로부터 폭언과 폭행 등에 노출되면서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신적'육체적으로 황폐화돼 보호자가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가 치매 관리 종합 계획을 세워 대응하고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현재 중증 치매 환자에 한해 노인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하고 있으나 치매 판정받기가 까다로워 수혜 폭이 좁다. 가벼운 치매 환자에게도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치매지원센터 확대를 통해 환자 가족에 대한 정신 상담 지원도 늘려 나가야 한다. 치매 관리는 물론 치매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등 예방 대책도 더 세심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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