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전천후 테스트…국내외 車업체 "단골 될래"
2일 찾은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ITS(지능형교통시스템) 기반 지능형자동차부품주행시험장'. 각 시험로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코스마다 표지판이 세워지면서 39만4천545㎡ 규모의 시험장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2011년 4월 착공, 2년 6개월 만에 완공된 시험장은 20일쯤 일부 시험로를 중심으로 부분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최첨단 시설이 망라된 시험장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대구경북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수도권 시험장으로 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각종 부품을 시험하게 된다. 시험장은 지역 자동차 부품산업의 도약 기폭제가 될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10개 시험로 갖춘 '전천후 테스트 베드'
총 길이 1.8㎞인 시험로는 '전천후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시험장은 지능형자동차부품 및 ITS 특화시험에 관한 국제 표준인증 규격(ISO/TC 204)의 시험항목 36개 중 시뮬레이션을 포함해 32개 항목을 시험할 수 있다.
시험장은 ▷등판로 ▷하이드로플레이닝 시험로 ▷ITS고속주회로 ▷특수로 ▷범용로 ▷젖은 노면 제동력 시험로 ▷외부 소음 시험로 ▷차량-도로 연계 시험 교차로 ▷원선회로 ▷젖은 노면 조향 시험로 등 10개의 시험로로 구성돼 있다. 전체 시험로를 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재단 박지수 주임의 운전으로 달려봤다. 박 주임은 세계적인 주행시험장인 스페인 이디아다의 드라이빙 트레이닝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처음 진입한 곳은 '특수로'. 파도 모양의 벨지언로를 달리자 차량이 파도를 타듯 심하게 흔들렸다. 특수로에는 벨지언로 외에 염수분무시험로, 침수시험로, 수밀시험로, 빨래판로, 장파형로 등이 있다. 특수로는 다양한 노면 충격이나 바닷물, 침수 등을 통해 차량 부품의 강성이나 내구성을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직선거리 1.5㎞에 달하는 'ITS고속주회로'에 진입하자 차량이 쏜살같이 달렸다. 이 시험로는 최고 시속 204㎞까지 달릴 수 있다. 직선 주로에서 원형 구간인 '뱅크부'(안쪽은 낮고 바깥쪽은 높은 경사진 원형 도로)로 진입하자 갑자기 매스꺼워졌다. 엄청난 원심력이 몸으로 전해지면서 어지러움을 느꼈다. 뱅크부에서는 차량의 전복시험이나 선회시험 등을 테스트한다.
'차량-도로연계 시험 교차로'는 이 시험장의 자랑거리다. 도로 교차로를 재현해놓은 이 시험로는 지능형자동차부품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에서 유일한 시험로다. 보행자나 다른 편에서 차량이 다가올 때 이를 운전자가 감지 못하더라도 차량이 자동으로 감지해 강제로 정지하는 시스템을 이곳에서 테스트할 수 있다.
'범용로'는 다목적용으로 만들어졌다. 고속주회로나 직선로에서 시험할 수 없는 자동차 동력이나 제동장치, 타이어 등을 테스트할 수 있다.
이 밖에 하이드로플레이닝 시험로는 자동차가 물에 젖은 노면을 고속으로 달릴 때 타이어의 조정 안정성 및 제동력을 시험하기 위한 코스로, 이 시험장 고정 고객인 넥센타이어를 위해 설치됐고 젖은 노면 시험로도 넥센타이어를 비롯해 타이어업체들의 테스트 공간으로 활용된다.
시험장은 최첨단 장치 및 장비를 갖췄다. 구간 곳곳에 다양한 무선 통신망을 갖춘 폴(poll)이 설치돼 차량과 차량 간, 차량과 센터 간 통신이 가능하며 무인 주행도 가능하다. 또한 통합관제실에서는 전 과정을 폐쇄회로(CCTV)를 통해 한눈에 볼 수 있고 제어도 할 수 있다. 무인으로 방향을 잡아주는 자동조향로봇시스템이나 GPS(지리정보시스템)를 통해 2㎝ 간격으로 차량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차량동특성정밀측정시스템 등 다양한 최첨단 장비가 구축돼 있다.
◆국내외 자동차업체들 '러브콜' 잇따라
시험장 건설에는 국'시비를 포함해 민간 기업의 출자 등 975억원이 들어갔으며 2008년 설립된 (재)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재단이 건설 및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재단에는 SL, 한국델파이, 평화발레오, 경창산업, 삼보모터스 등 지역의 43개 자동차부품업체와 함께 현대자동차그룹, 르노삼성자동차 등 완성차와 현대모비스, 넥센타이어 등도 특별회원사 자격으로 포함돼 있어 이들 업체의 이용이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뭐니 뭐니 해도 시험장 운영으로 지역의 자동차부품업체들의 번거로움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까지는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하면 남양주에 있는 현대자동차 주행시험장이나 외국 주행시험장에서 테스트를 하다 보니 시간과 비용 출혈이 심했다. 특히 국내 굴지의 타이어업체인 넥센타이어는 자체 인력을 상주시키면서 시험장의 최대 단골 고객이 됐다. 자체 주행시험장이 없는 넥센타이어는 이 시험장과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25명가량의 인력을 파견해 다양한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재단 이선봉 지능형자동차사업단장(계명대 교수)은 "이 시험장은 겨울에도 활용할 수 있는 사계절용으로 제작돼 완성차 업체들의 이용도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국 업체들의 의뢰도 이어지고 있다. 대만의 한 타이어 업체가 테스트 의뢰를 하는 등 동남아 타이어 업체들은 물론 중국 등 대형 외국 업체들의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단장은 "최첨단 시설을 갖춘데다 앞으로 개발될 여러 가지 지능형자동차부품에 특화된 테스트가 가능해 국내를 대표하는 주행시험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ITS 기반 지능형자동차부품주행시험장
▷ 위치-대구 달성군 구지면 화산리, 창리, 수리리 일원
▷ 규모-39만4천545㎡(길이 18㎞)
▷ 공사비-975억원
▷ 운영 주체-대구경북자동차부품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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