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요동치는 환율 '악몽'

입력 2014-01-04 08:32:30

새해 벽두부터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과 원'엔 재정환율이 5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원'엔 재정환율의 세자릿수 진입이 연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어 금융시장은 물론 한국경제에도 경고음이 들어왔다.

◆원'엔 재정환율 900원대 진입하나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10원 떨어진 1,050.3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048.30원선까지 곤두박질 치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8월 기록한 장중 저점 1,048.00원 이후 최저치다.

반면 엔화 약세는 심화돼 엔'달러 환율은 장중 105.44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원'엔 재정환율(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을 비교해서 구한 값)은 장중 100엔당 995원대까지 떨어졌다. 이 또한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3일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경계감 속에 전 거래일보다 4.9원 오른 1055.20원으로 마감했지만 여전히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이유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는 데 일본은 돈을 계속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린 것이 원인이다. 여기에 수출업체의 월말 네고(달러화 매도) 물량이 지난해 말 다 소화되지 못하고 새해로 넘어오면서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미국은 달러를 거둬들이고 일본은 엔화를 풀고 있다. 엔화 약세는 거스르기 힘든 추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무라증권 등 해외 투자은행들은 올해 달러당 엔화 값이 110엔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되면 원'엔 재정 환율은 9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 수출기업에 악영향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는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새해 첫날부터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인 것도 이러한 위기감이 반영된 탓이다. 특히 자동차를 비롯한 전기전자, 석유화학, 조선 등의 업종은 엔저 쇼크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있다.

대구경북지역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올 들어 대 일본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구경북 대 일본 수출 금액은 2002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잠시 주춤한 뒤 다시 증가해 2012년 57억1천1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하지만 엔저가 시작되면서 지난해부터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수출액은 45억4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대비(52억8천800만달러) 15% 감소했다.

특히 섬유와 자동차부품 업계는 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피해가 서서히 나타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관계자는 "대구의 대 일본 수출 품목에서 폴리에스터 직물이 38% 정도 차지하고 있다. 또 양말과 손수건, 스카프 등도 수출 상위품목이어서 수출 채산성이 떨어지고 수출물량 감소가 초래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 그는 "경북지역은 부직포와 타이어코드지 등 산업용 제품이 수출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 타격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증시도 급락

환율 충격으로 증시도 급락했다. 올 첫 개장일인 2일 코스피지수는 44.15포인트(p) 떨어진 1967.19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전'차군단'을 대표하는 삼성전자(-4.59%)와 현대차(-5.07%)가 동반 급락하며 코스피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3일에도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05p 내린 1946.14에 거래를 마쳤다.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지난해 4분기 실적 경계감,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 부진 등이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이창목 리서치센터장은 "환율 영향에다 삼성전자 등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낙폭이 커졌다. 당분간은 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달'노경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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