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대사 뒤흔들 유물 발굴 참여자들 바짝 긴장

입력 2014-01-04 07:24:19

양하석 연구원 발굴 회고

-흑요석의 고고학적 위상은?

▶흑요석은 후기 구석기부터 신석기 초기에만 잠깐 나타나는 고고학계의 귀한 손님이다. 소중한 만큼 출토량도 많지 않다. 일단 이 돌이 출토되면 연구원들은 어떤 경로로 이곳에 묻히게 되었는지에 대해 연구를 집중한다. 육로로 왔는지, 바닷길로 왔는지, 물물교환 과정에서 들어온 것인지, 자체 생산물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발굴 에피소드는?

▶흑요석과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대구 월성동 얘기는 아니고. 경북 해안지방의 한 유적지 발굴 중에 흑요석을 찾아낸 적이 있다. 발굴 당시는 굉장히 '큰 사건'이었다. 동해안 지역에서 흑요석 출토는 드문 일이기 때문에 구석기 역사를 새로 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색깔이 이상했다. 전구에 비춰보았다. 폐기물 일종인 건축 슬래그 조각이었다. 검은 보석이 검은 쓰레기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첫 발견 때 소감은?

▶모든 연구원들이 긴장했다. 대구 고대사를 뒤흔들 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대구경북은 약간 고고학적으로 소외 지역에 속한다. 해양문화와 내륙문화 틈새에서 전달자나 정거장 역할에 그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상당수 유적들이 종속변수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발굴 참가자들이 종속변수를 독립변수로 역전시킬 유적이라고 생각, 큰 기대와 관심을 가졌다.

양하석 삼한문화재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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