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이 지난해 12월 1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됐다.
2017년 2월로 예정된 최종 신청이 통과되면 가야문화 최초의 세계문화유산이 된다. 42~562년 16대 왕이 다스린 대가야의 역사가 재조명되고, 특히 대가야 특유의 자연친화적인 장의문화 및 내세관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은 겹경사를 맞았다. 같은 달 24일 안동 봉정사와 영주 부석사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것.
◆고령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지난달 24일 오후 대구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고령 대가야박물관을 찾은 박진현(48'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 가족은 왕릉전시관 왼편 오르막길로 향했다. 산 능선을 따라 크고 작은 왕릉이 이어진 지산동 고분군이다.
박 씨는 "최근 이곳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고 해 성탄 전날 가족과 나들이를 왔다"고 했다. 그는 "대가야가 현재 영호남 16개 시'군을 차지했던, 신라나 백제에 맞먹는 고대국가였음을 이번에 알게 됐다. 삼국시대가 아닌 사국시대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며 "이곳 고분군의 엄청난 규모로 짐작이 간다"고 했다.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이후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의 반응과 관심은 이전과 달라졌다.
◆한반도 최대의 삼국시대 고분군
단지 사적 79호에 불과했던 지산동 고분군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은 2007년 5월, 30년 만에 발굴조사가 재개되면서부터다. 이때 신라와 구별되는 대가야식 고분 축조방식이 확인됐다. 2008년에는 환두대도, 쇠판으로 된 철정 화폐 등 1천여 점의 유물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특히 학계에서 사실 여부가 논란이 됐던 대가야의 순장 문화도 입증됐다. 여러 명을 함께 순장한 것으로 보이는 석곽이 발견된 것. 2010년에는 한반도 최대의 삼국시대 고분군으로도 인정받았다. 당시 지표조사 결과 이곳 일대에는 1만기가 넘는 고분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현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고분은 공식적으로 704기다.
꾸준한 발굴조사가 이어지며 지산동 고분군이 얻은 가치는 '독특한 고대 장의문화'다.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등재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704기라는 세계적인 고분 규모 ▷고분군 위에 인공 구조물을 전혀 짓지 않은 자연친화적인 장의문화 ▷고분군이 생전 거주지가 보이는 곳에 형성된 점에서 엿볼 수 있는, 이승과 저승이 구분되지 않는 내세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순장곽 배치 등이다.
물론 장의문화 외에도 주목해야 할 대가야 유물들이 많다. 경남 합천 야로의 철산지를 기반으로 생산돼 5~6세기 대가야의 전성기를 뒷받침한 철 갑옷'칼'농기구 등이다. 또 대가야의 활발했던 교역 활동을 보여주는 일본 오키나와산 야광 조개국자, 지난해 3월 고령군 쌍림면에서 발견된 대규모 가마터를 계기로 주목받게 된 대가야 토기들 등이다.
대가야의 재발견과 새로운 가치 부여는 현재진행형이다. 대가야박물관은 21일부터 '대가야 왕릉 출현하다'라는 주제로 특별전시전을 연다. 최근 1년 동안 지산동 73'74'75호 고분군에서 발견된 의미 있는 유물들을 전시한다. 토기 등 유물 1천500여 점이 출토됐는데, 현재까지 발견된 대가야 유물들 중 가장 앞선 시기의 것들이다.
손정미 대가야박물관 학예사는 "지금껏 대가야 고분에서 석곽묘가 발견됐다면 이번에는 보다 앞선 시기의 목곽묘가 발견돼 큰 의미가 있다"며 "관련 도록 제작과 세미나 개최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안동 봉정사와 영주 부석사도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최근 지산동 고분군에 이어 안동 봉정사와 영주 부석사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경남 양산 통도사, 충북 보은 법주사, 충남 공주 마곡사, 전남 순천 선암사, 전남 해남 대흥사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 7곳에 포함된 것.
672년 신라 문무왕 때 창건된 봉정사는 극락전(국보 15호) 등 국보 2점과 보물 4점을, 봉정사보다 4년 늦게 창건된 부석사는 무량수전(국보 18호) 등 국보 5점과 보물 3점을 갖고 있다.
봉정사와 부석사는 지산동 고분군과 닮은 점이 있다.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유적들이라는 점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에 따르면 세계유산은 '탁월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여기에 더해 '가능한 한 자연환경과 함께 전체로서 보존'돼 있으면 더욱 가치를 얻는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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