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계 쥐락펴락… 엄마들의 신나는 일탈

입력 2014-01-04 07:45:23

주부 30여 명 딤프 폐막쇼 참가…아줌마들 주축 연극 무대 돋보여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주부 참여 프로그램인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주부 참여 프로그램인 '엄마는 댄싱퀸'에 참여한 대구 아줌마들이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를 뿜었다.

'삼삼오오'(三三五五).

어린 아이들이 소풍 갈 때나 불량스러운 학생들이 모일 때 흔히 말하는 용어가 아니다. 대구경북지역의 아줌마들이 공연 보러 갈 때 이렇게 모여서 온다. 지역 공연판에서는 절대적인 힘이고, 상당한 티켓파워를 자랑한다. 계모임도 있겠지만 직장 내 여성 모임, 생활체육 및 취미생활 동호회 모임 등에서 문화를 사랑하는 아줌마들이 의기투합하는 것.

아줌마 부대의 흐름은 특정 공연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기도 한다. 바로 '입소문 마케팅' 때문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또는 공연 초반기에는 이 아줌마들의 냉정한 평가가 전반적인 마케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같이 보러 가자' 또는 '정말 볼만하다' 등의 반응은 호평으로 이어지고, '별로던데' '안 봐도 된다' 등의 악평은 대다수 흥행실패로 이어진다.

대구가 뮤지컬'오페라'연극'음악회'전시회 등 문화공연 전반에 있어서 서울 다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어쩌면 대구 아줌마들의 역할이 큰지 모른다. 실제 대구 주부들은 문화 참여도도 높은 편이다. 이는 각종 문화행사 참여의 양과 질을 봐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아줌마들의 뮤지컬 열기 '엄마는 댄싱퀸'

"숨겨뒀던 끼를 대방출합니다."

대구 아줌마들의 특징은 처음엔 쭈뼛쭈뼛 쑥스러워하다가 막상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부끄러움과 체면은 저 하늘 높이 날리고 '에라, 모르겠다' 주변 눈치 안 보고 놀기 시작한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의 주부 참여 프로그램 '엄마는 댄싱퀸'에서 그 끼를 한껏 발산했다.

자발적으로 참가해 선발된 주부만 500여 명. 이들은 지난해 6월 28일(삼성-기아전) 대구시민야구장에서의 플래시몹(반짝 집단 이벤트) 공연과 딤프 어워즈 및 폐막쇼에서의 출연(끼가 넘치는 30여 명만 무대에 오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야구장 관중과 공연장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행사였던 만큼 이들은 더 신나게 노래 부르고 춤췄다.

'엄마는 댄싱퀸' 프로그램에서 지역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뮤지컬을 직접 가르친 실력파 뮤지컬 배우 이태원은 "대구 아줌마들의 뮤지컬을 향한 열정과 열기에 놀랐다"며 "올해 딤프에도 보는 뮤지컬을 넘어 체험하는 뮤지컬 프로그램을 활성화시켜도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줌마들이 주축 '교육극단 아트피아'

수성구를 중심으로 한 아줌마들이 주축이 된 '교육극단 아트피아'가 지난해 말에 창단됐다. 수성아트피아는 2년 전 가족뮤지컬 '엄마들의 수다'에 참여한 주부들을 실제 연극 무대(수성아트피아 자체제작 '비 내리는 고모령')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지난해에도 뮤지컬 아카데미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주부들과 청소년들이 함께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렸다.

'교육극단 아트피아'는 현재 10여 명의 주부가 주축이 되어 있으며, 지난해 대구연극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이지영(대구예술대 방송연예전공 겸임교수) 씨가 대표이며, 부대표는 주부 배우로 지난해 악극 '비 내리는 고모령'에서 어머니 역을 맡았던 이주연 씨가 맡았다. 여기에 수성아트피아 최현묵 관장이 예술감독, 배우 겸 연출가 남미정이 지도위원을 맡아 공연과 연극교육에 대한 자문을 맡는다.

10대부터 70대까지 삼대가 함께하는 '교육극단 아트피아' 30여 명 단원들의 주축은 아줌마들이다. 부대표(이주연)와 총무(진경희)를 비롯한 10여 명의 40대 아줌마 단원들이 자식 같은 청소년 단원들과 아버지, 어머니 같은 60, 70대 시니어 단원들을 이어주며 살림을 꾸리고 있다.

이지영 대표는 "대구 주부들의 문화 열정은 높이 살 만하다"며 "생판 모르는 연극 분야에 뛰어들어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는 연기력을 선보이는 몇몇 주부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에티켓은 지켜주세요

지역 아줌마들의 공연에 대한 열기는 타 도시에서도 부러워하고 주목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과도한 열기의 부작용인지 공연에 대한 지나친 불만 제기 및 환불 요구 등이 공연기획사나 제작사 또는 공연장 현장 관계자를 난처하게 하는 경우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음향이 고르지 못했다' '주연 배우가 삑싸리(음이탈)를 많이 냈다' 등 꼬투리를 잡아서 환불 또는 다음 공연의 공짜 티켓을 요구하는 악성 팬들이 있다.

지역의 한 기획사 대표는 "사실 몇몇 심한 클레임(불평'불만 제기)이 걸려오면 더 큰 소동을 막기 위해 마지못해 들어줘야 할 경우가 있다"며 "공연을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과도한 환불 요구는 적자가 난 공연에서는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준다"고 토로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