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몽골 사막 황사 영향…영남권 예보 31일 첫 실시
새해 첫날부터 대구지역에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렸다. 대구 도심 측정망 중 절반이 미세먼지 농도 환경기준을 넘어섰다. 지난달 31일부터 처음으로 실시된 영남권의 미세먼지 예보가 이틀 만에 빗나가면서 예보의 정확성과 실효성에 문제를 드러냈다.
◆새해 첫날부터 '불청객' 미세먼지=대구지역의 하늘은 새해 첫날인 1일 오전부터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대구시 측정자료에 따르면 1일 대구지역 전체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92㎍/㎥로 미세먼지 예보 단계 중 '약간 나쁨'(81~120㎍/㎥) 수준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하루 평균 환경기준(100㎍/㎥)을 넘어서는 측정망이 총 10곳 중 5곳이나 됐다. 동구 율하동(118㎍/㎥)이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고, 수성구 지산동과 중구 수창동, 북구의 태전동과 노원동 등의 순이었다.
이날 시간당 최고 미세먼지 농도는 율하동에서 181㎍/㎥까지 치솟았고, 나머지 수창동과 지산동, 노원동, 태전동 등도 시간당 최고 140~150㎍/㎥까지 농도가 상승했다. 특히 이날 최고 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한 시간은 율하동(오전 10시)을 제외하곤 9곳 모두 오전 5~7시 사이였다.
특히 기존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산업단지 주변은 전날(12월 31일)에 비해 떨어지고, 주택가와 상업지구 등이 오히려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태전동은 1일 전날 81㎍/㎥보다 22㎍/㎥나 상승한 103㎍/㎥를 기록했고, 지산동도 같은 기간 20㎍/㎥이 오른 115㎍/㎥를 나타냈다. 이들 지역의 특징은 '분지 속의 분지'라는 것. 지형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밀집해있기 때문에 공기순환이 더뎌져 오염농도가 높아진다.
이번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은 중국 북서부 지역에서 발원한 황사와 산둥반도 지역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이 지역 내에서 배출된 배기가스 등과 합쳐져 발생했다.
한윤덕 대구기상대 예보관은 "겨울에도 강도가 봄철보다 약하지만 종종 황사가 출현해 대구 전자산업단지 내 불량률을 높이는 등 생각지도 못한 피해를 입힌다"며 "이번 황사 역시 중국 만주와 몽골 사막지역에서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와 상층 대기를 지나며 일부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했다.
◆못 믿을 청개구리 미세먼지 예보=새해 첫날 미세먼지 예보는 빗나갔다. 환경부는 영남권을 대상으로 한 미세먼지 예보를 지난달 31일 처음으로 시작했지만 이틀 만에 틀린 것이다. 지난달 31일 '약간 나쁨'으로 예상했던 환경부는 이달 1일 '보통'(31~80㎍/㎥)으로 낮추었지만 반만 맞는 예보가 됐다. 경북은 예보대로 전날에 비해 농도가 떨어졌지만 대구는 오히려 올라갔던 것.
지역별로 보면 경북지역은 측정망 14곳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달 31일 90㎍/㎥에서 이달 1일 60㎍/㎥로 급감했다. 하지만 대구지역 측정망 10곳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같은 기간 85㎍/㎥에서 92㎍/㎥로 오히려 상승했다.
대구와 경북, 부산과 경남 등 넓은 지역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예보할 경우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영남권 중 대구지역의 주민, 특히 농도가 높았던 동네 사람들은 예보만 믿다가 고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된 꼴이다.
지나치게 광범위한 권역을 묶은 것 이외에도 하루 평균을 기초로 예보가 이뤄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루 평균 농도로 예보할 경우 하루 중 수시로 변화하는 농도변화를 반영하기 힘들다. 도시 지역의 경우 출근과 오전 작업이 이뤄지는 시간대에 미세먼지가 가장 높게 상승하는 경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대구는 경북지역과 다르게 분지 지형에다가 인구밀도가 높고 배기가스를 내뿜는 자동차가 많기 때문에 미세먼지 상승 경향이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그동안 미세먼지의 인체 위해도에 대한 역학조사가 하루 평균 농도를 기준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예보도 그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장임석 연구관은 "도입 초기에 발생하는 문제를 보완해 예보 권역을 대구와 경북 등 광역 단위로 세분화하고 향후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면 시'군 단위까지 단계적으로 예보를 확대하겠다"며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 오전과 오후 각각 1회씩 예보 간격도 좁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