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현(대구 달서구 상원로)
소복이 쌓인 눈길을 걸으면서
한번 쯤 뒤돌아 봐야 하는 것은
지금까지 내 인생의 발자취가
이제 곧 내리는 눈에 덮여서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화려한 디지털 사진들보다
오래된 흑백사진들로 가득한 사진첩을
가끔씩 들여다보는 것은
지금까지 내 인생의 추억들을
가슴으로 회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장 남은 달력을 남겨둔 채
새 달력을 벽에 거는 것이 아쉬운 것은
일 년 동안 표시했던
기념일의 기쁨과 감동을
다시는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인생의 마무리는
내년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일 년간 남루해진 다이어리에
마지막 하루의 일기를 남기는
작은 습관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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