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결심 상품

입력 2014-01-02 11:01:12

KT&G의 담배 월별 반출량을 살펴보면 연말연시에 떨어졌다가 3월에 다시 오르는 V자 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새해를 맞아 담배를 끊기로 했다가 얼마 가지 않아 포기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작심삼일'로 표현되듯이 결심을 지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금연이나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가도 술자리에서 무심코 다시 담배를 문다든지 맛있는 음식의 유혹에 흔들리는 일은 너무 흔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은 '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라는 책을 통해 의지력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재능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결심이 쉽게 무너진다고 풀이한다. 그는 자기 절제와 의지력의 실천이 많은 에너지가 있어야 하지만, 누구나 훈련을 통해 의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혹, 중독, 게으름 등이 결심을 이어가는 것을 방해하더라도 규칙적인 습관과 충분한 수면, 운동을 통해 의지력을 단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듯하지만, 역시 실천하기는 어렵게 느껴진다.

2014년 새해에도 생활 방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결심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몸에 착용해 운동량이나 수면 주기 등을 관리해 주는 '웨어러블 헬스 용품', 정해 놓은 운동량을 확인해 주거나 열량 섭취와 소비량을 알려주는 전자 밴드 제품, 금연 보조 기구 등이 선보이고 있다. 절약 저금통, 가계부 등도 눈길을 끈다. 연초에 집중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나지만, 이 중 상당수는 며칠 가지 못하거나 2, 3개월 이내 집안 어느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세상이 놀라울 정도로 편리해지면서 게임 중독, 스마트폰 중독처럼 의지력을 새롭게 위협하는 현상도 생겨났다. 바쁘고 스트레스 많은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편하게 뭔가에 빠져 지내는 방식을 선택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들어 '치유'의 의미를 강조하고 '느림'을 예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자기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갑오년 새해에는 다짐이 물거품이 되더라도 다시 의지를 다지면서 금연,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삶의 여유를 조금이라도 가지겠다는 결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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