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독자 앞에 섰던 자신감이 행복의 시작"
"해가 바뀔 때면 10년 전 매일신문에 나온 제 모습을 떠올립니다. 수많은 독자 앞에 얼굴을 비췄던 자신감 하나면 2014년 새해에도 못할 것이 없습니다."
'평범한 아줌마'였던 이미영(43'여'대구 동구 율하동) 씨는 매일신문에 소개된 덕분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10년 전 이 씨의 이름 앞에는 항상 '아줌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이 씨가 생각하는 아줌마는 가사노동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 씨의 20대는 무미건조했다. 20살 사회 초년생 딱지를 떼자마자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아이들을 낳으면서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20대를 직장 생활로 바쁘게 보내는 친구들과 달리 결혼 후 몸무게가 10㎏ 이상 늘어나 퉁퉁해진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활발하고 꿈 많은 소녀였는데 결혼 후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두며 살았어요. 변화에 대한 갈증은 있었지만 방법을 몰랐죠."
무료했던 일상의 탈출구는 뜻밖의 곳에서 찾아왔다. 지난 2004년 우연히 보게 된 매일신문은 이 씨의 삶에서 반전을 만들어냈다. 당시 이 씨의 눈에 띈 건 엄마들의 자아 찾기를 도와주는 '변신, 아줌마'라는 연재기사였다. 평범한 주부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이 씨도 용기를 얻어 가족 몰래 신청서를 보냈다. 결과는 당첨이었다.
10년 전 웨딩 촬영 이후 처음으로 곱게 화장도 하고 모델처럼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었어요. 신문에 커다랗게 실린 제 사진을 보는데 '나도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나도 여자였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죠."
'도전과 성공'의 단맛을 본 이 씨에겐 거칠 것이 없었다.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 씨는 매일 줄넘기, 자전거타기, 걷기 등을 하며 1년 동안 7㎏을 뺐다. 집이 아닌 바깥으로 눈을 돌리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였다. 봉사활동도 틈틈이 하고 친구들 모임에도 나가기 시작했다. 10년 차 주부 경력을 살려 '어린이집 보조교사'라는 일자리를 얻는 데도 성공했다.
지난 2011년에는 22년 전 받지 못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앞서 주저한 적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변신, 아줌마'에 출연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덕분에 이 씨는 2012년 경산1대학 사회복지과에 입학, 어렸을 적 꿈꿨던 사회복지사의 길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이 씨는 일과 학습을 병행하면서도 2년 동안 지각이나 결석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성적은 늘 상위권을 달렸고 장학금을 손에서 놓친 적이 없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생겨난 가장 놀라운 변화는 가족과의 관계였다. 두 아들과의 공감대가 생기면서 사이가 예전보다 더 돈독해졌다. 남편도 집안일을 도우며 아내의 변화를 적극 지지했다. 가족의 도움을 디딤돌 삼아 2월에는 이 씨가 꿈에 그리던 대학 졸업장을 드디어 손에 쥐게 된다.
이 씨는 "엄마는 뭐든지 양보하는 존재가 아니라 가족의 일원이고 엄마가 행복해야 가족이 화목하다"며 "졸업 후에는 노인복지사 1급 자격증 준비와 냅킨 아티스트 등 또 다른 도전을 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