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 동안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은 한마디로 기적(奇跡'Miracle)의 역사였다. 일제강점기와 전쟁, 기아'궁핍에 허덕이던 나라가 선진국,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올라섰다. 인류 역사상 어느 나라도 보여주지 못한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를 성취한 것이다.
◆1세기 전과 같은 위기 상황에 직면한 한국호(號)
성공 가능성이 1%조차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대한민국은 50여 년 만에 우리를 도와줬던 국가에 보은(報恩)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나라를 원조하는 국가가 됐다. 2차 대전 후 국권을 되찾은 나라 가운데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국가는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자부심을 국민 모두가 갖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새해 벽두,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나라를 잃은 1세기 전 위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국외적으로 보면 일본, 중국과 미국, 러시아 등 서구 열강이 한반도를 두고 각축을 벌였던 100년 전과 흡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최강국의 헤게모니를 잃지 않으려는 미국, 영토 확장 욕심에 정신이 없는 중국'일본의 힘겨루기에 새우등이 터질 지경이다. 북한 핵 위협이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세습 권력을 다지기 위해 숙청을 진행하는 북한으로 인한 남북관계의 급변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정치'경제'정신적으로도 대한민국은 아노미(anomie'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규범이 사라지고 가치관이 붕괴되면서 나타나는 불안정 상태) 상황이다. 극심한 이념 대립 등 정치적 혼란에다 안보 위기, 성장 동력 상실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빈부'지역'세대 갈등과 같은 사회적 분열,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 이기주의 팽배 등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어떻게 위기를 돌파할까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대한민국은 어디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하나.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알면서 새것도 안다는 데서 그 해법을 얻을 수 있다.
이론의 여지가 없지 않겠지만 지난 100년 동안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세 사람을 꼽는다면 정치에서 박정희 대통령, 경제에서 이병철 삼성 창업주, 정신에서 김수환 추기경을 선정할 수 있다. 이 세 사람은 살아서는 물론 사후에도 이 나라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업적과 영향을 고려하면 거인(巨人)으로 지칭해도 무방할 것이다.
세 거인이 보여준 리더십'정신은 21세기 대한민국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의 리더십'정신을 통해 이 나라가 자세를 가다듬는다면 우리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고 품격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8년에 걸쳐 대통령을 역임한 박정희(1917~1979) 대통령. 그 통치 기간만큼이나 역대 대통령 중 단연 업적들이 많고 그림자도 짙다. 경제성장으로 조국 근대화를 이룩한 대통령, '우리도 하면 된다'는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해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나라 발전을 이뤄낸 대통령으로 각인돼 있다. 그의 리더십과 열정이 오늘의 한국을 만드는 데 기초가 됐다는 것은 세대와 이념, 지역을 넘어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드리운 그늘도 적지 않지만 21세기 대한민국 대통령 리더십을 올바르게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박정희 리더십은 재조명돼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개발 독재, 재벌 육성, 노동자들의 희생, 관(官) 주도, 엘리트 중심 등 허물도 있지만 박 대통령이 보여준 카리스마, 추진력, 불굴의 정신, 선택과 집중, 용인술, 변혁성, 위기관리 능력 등은 분명 탐구할 가치가 있다.
◆세 거인 리더십'정신, 한국이 가야 할 길 제시
'창조'를 애타게 부르짖는 이 시대. 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湖巖) 이병철(1910~1987) 회장은 눈감는 날까지 폭주 기관차처럼 거침없는 기업 창조의 삶을 살았다. 그가 써내려간 삼성의 역사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역사인 동시에 대한민국 발전사였다.
그는 하찮은 것까지 허투루 보지 않는 장인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무심코 들른 이발소에서조차 이발사의 장인 정신을 받아들였고 이를 경영 현장에 연결시켰다. 그 결과, 제품 품질뿐만 아니라 서비스 품질까지 1등이라는 초일류 삼성 신화의 기초를 닦았다. 그는 무한탐구(無限探究)의 사나이였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또 들었으며, 묻고 또 물었다. 무한탐구의 정신은 호암의 가장 큰 무기인 결단의 리더십과 연결됐다. 호암은 일흔세 살이라는 나이에 불가능의 영역이라던 반도체 도전을 결정할 만큼 무서운 결단력을 보여줬다.
김수환(1922~2009) 스테파노 추기경은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 성유스티노신학교 예비과에서 공부하고, 계산성당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종교인으로 1969년 우리나라 최초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김 추기경은 위대한 종교인이자 리더십의 새로운 모델을 만든 분이기도 하다. 그는 심산 김창숙 선생의 묘소를 찾아가 유교식으로 술을 따르고 재배하는가 하면, 서울 성북동 길상사 개원법회에 참여하는 등 다른 종교를 이해하는 열린 마음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또한 용기와 반성의 리더십이 무엇인지 보여준 분이다. 2009년 2월 16일, 김 추기경은 선종하기 직전 각막을 기증함으로써 종교를 초월해 모든 국민들에게 사랑과 나눔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박정희, 이병철, 김수환 세 거인은 대구경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은 분들이다. 대구경북에서 태어났거나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을 대구경북에서 만든 것이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세 거인을 인물 브랜드화하는 측면에서도 이들에 대한 조명은 분명 의미가 있다.
난마처럼 얽힌 어지러운 이 시대, 국민은 유능한 리더가 나와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급변하는 국내외의 환경에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 국민의 삶이 지도자의 리더십'정신에 달렸기 때문이다. 세 거인의 리더십'정신을 조명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까닭에서다.
이대현'조두진'최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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