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기독교의 대구 전래는 하나의 문화 충격이었다. 이 충격은 대구의 근대화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대구근대화 과정의 스토리를 IT와 융합해 문화 콘텐츠를 구축하는 비즈니스는 현 정부가 이야기하는 창조경제와도 일맥상통한다.
1876년 조선과 미국 간 '조미수호조규'가 체결되고, 5년 뒤 1881년 유길준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견문단 '보빙사'가 파송된다. 은둔국 조선 봉건왕조가 드디어 서구 문명에 눈을 뜨게 되고, 동시에 서양 문물이 이 땅에 들어오게 되는 역사적 계기가 된다. 앞서 일본은 1867년 미일통상조약으로 문호가 개방된 터였다.
1885년 미국 북장로교 선교단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이 내한하고, 대구에도 선교사들이 오게 된 것은 문호 개방의 물결과 궤를 같이한다. 저들의 목적은 기독교 포교였지만 우리에게는 '근대화의 서구 문화 충격'이었다. 120년 전 대구 근대화의 새벽을 가져온 이들의 역동성은 20세기로 진입하는 세계사 물결에서 조선을 그 물결에 합류시키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 의미를 살펴보자.
첫째, '서구식 근대 교육기관의 설립'을 들 수 있다. 서구형 신식 교육학교에서 양반과 서민의 자제들이 한교실에서 교육을 받게 되는데, 반상의 차별이 없는 근대식 보통교육제도가 민간 주도로 대구에서도 실시된다. 계성학교와 신명여학교 설립이 그 예가 된다. 특히 여성에게 교육 문호가 허용된 사실은 특기할 만한 사건이라 볼 수 있다.
둘째, '문맹 퇴치에 괄목할 만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선교부가 한글판 성서와 찬송가를 출판하고, 신도들이 읽을 수 있도록 교회에서 한글 교육을 하게 된다. 특히 문맹의 부녀자들이 한글을 읽고 쓰는 교육 기회를 갖게 되는데, 개화기 여성 지도자 가운데에는 기독교인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초기 페미니즘 운동이 교회의 여성 지도자에 의해 주도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셋째, '근대식 서양 의료 기술에 근거한 병원 설립'이다. 서양 의료 기술이 대구에 선보이면서, 한방에서 불가능했던 난치병들이 치유되게 된다. 선교사에 의해 설립된 '동산기독병원'이 선도적으로 서양 의료 기술을 소개한다.
넷째, '서양음악의 전래'를 들 수 있다. 오선지 악보, 피아노, 바이올린, 트럼펫 등의 서양 악기들, 성악과 합창 기법 등이 소개된다. 찬송가를 부르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서양음악 충격이었다. 현제명, 박태준 등 우리나라 서양음악의 선구자들이 대구 출신의 기독교 신자였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다섯째는, '영어 보급에 의한 개화 그룹의 배출'이다. 왕립영어학교인 '한성외국어학당'이 1895년에 설립되고, 선교사 '헐버트' 등이 영어 강사로 초청되면서, 1910년까지 전국에 400여 개 영어학당이 설립된다. 영어 해독으로 서구 문물 제도를 접할 수 있게 되고, 이들 영어 교육울 받은 개화 그룹이 정부 관료, 통역인 등으로 발탁되면서 봉건 조선사회를 개혁개방으로 선도하게 된다. 유길준, 윤치호, 이하영, 서재필, 이승만, 안창호 등이 대표적 개화파 기독교 신도들이었다.
여섯째는, 일제강점기 '민족독립지사들 대부분이 개신기독교 인사들'이란 사실을 들 수 있다. 특히 대구에서의 3'1 만세운동은 개신기독교 신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상 지적한 6가지 역사적 사실에서 대구경북의 기독교가 서구를 모델로 한 근대화에 기여한 역사적 공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주독립국을 지향하는 근대화였다.
새로 발족한 '(사)대구경북역사문화운동본부'는 이런 대구 근대화 역사의 6가지 팩트를 중심으로 역사문화 콘텐츠를 구축하는 사업을 편다. 대구 근대화 과정의 역사적 의의를 규명하면서, 기독교적 가치의 추구를 삶의 중심에 두었던 당시 기독교 인사들의 근대화 열정에 대한 역동성을 오늘에 재조명하고, 이것으로 대구의 역사문화 콘텐츠사업의 새 지평을 구축하려 한다.
금영철/대구대 명예교수·경영학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