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화여고 구인혜 양 美 유명 의대 2곳 합격

입력 2013-12-27 09:56:57

"자라면서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젠 제가 도움을 나눠 줄 차례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당당히 해외 유학의 길을 개척, 병자를 돕는 의사를 꿈꾸는 여고생이 있어 화제다.

대구 성화여자고등학교 3학년 구인혜(18'사진) 양이 그 주인공. 인혜는 2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템플대학 공중보건학과, 미시간주 칼라마주대학 생물학부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았다. 게다가 두 대학 모두 매년 장학금 1천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해 어느 곳을 택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최고의 선물을 받은 셈이죠. 18년 인생에서 최고의 크리스마스를 보냈어요. 이런 기회를 얻게 돼 신기합니다. 아직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넓은 세계로 나가 보고 싶다는 희망이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 몰랐어요."

무엇보다 인혜의 성과가 돋보이는 것은 힘든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냈기 때문. 갓난아기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버린 뒤 고교 1학년 때는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고 몸이 성치 않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인혜는 구김살 없이 씩씩하게 자랐다. 인혜는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고교 내신 성적이 1, 2등급을 유지할 정도였고 교내 수학, 과학 경시대회와 각종 교외 탐구대회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올해 3월 한국장학재단의 드림장학생으로 선발되면서 인혜의 앞날에도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제도는 전국 저소득층 학생 중 도전적이며 진취적인 학생을 선발해 1년 동안 매달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며 해외 유학 준비를 돕는 것. 해외 대학 합격 시에는 4년 동안 매년 5만달러의 장학금도 주기 때문에 인혜로선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다.

"다만 단시간에 홀로 유학 준비를 한다는 데 대해 두려움이 컸어요. 유학 관련 정보도 별로 없었던 터라 국내 대학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린 제 선택이 옳은 것인지 고민도 많았습니다. 장학재단 관계자분들, 학교 선생님 등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셔서 가능했던 일이에요."

특히 인혜가 고마워하는 이들은 성화여고 김진복(생물) 교사와 최윤영(38) 씨. 김 교사는 생물 과목을 좋아하는 인혜에게 학교생활, 공부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인혜와 최 씨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난하지만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하던 인혜는 피아노 학원 강사이던 최 씨의 도움으로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최 선생님은 제게 큰언니이자 어머니 같은 분입니다. 제가 힘들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어요."

내년 9월 인혜는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우수한 인턴십 제도, 2개 학기 동안 해외 수업, 4학년 때 개인 프로젝트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칼라마주대학에 다닐 생각이다. 이후 의과대학에 진학, 국제기구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의사가 되는 게 인혜의 꿈이다. 인혜는 그것이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절 키워주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어른이 될게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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