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왕조인 무굴제국은 16세기 초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존속하며 전성기에 인도 대륙과 지금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등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다. 중기까지 악바르 1세, 샤 자한 1세, 아우랑제브 1세 등 걸출한 황제들이 등장해 제국의 위명을 떨쳤다. 이후 무능한 황제들이 나타나 점차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는데 아흐마드 샤 바하두르가 대표적이었다.
아흐마드는 1725년 오늘, 모하메드 샤 황제의 아들로 태어났다. 모하메드 샤는 관심 분야인 문화와 예술을 크게 발전시켰으나 제위 말년에 페르시아의 나디르 샤의 침공으로 빈사 상태에 빠진 제국을 아들에 물려주었다. 제위 이양은 제국에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입혔다. 23살에 왕위에 오른 아흐마드는 '마음씨 착한 바보'라 할 만한 인물로 지도자적 자질이 전혀 없는 데다 훈련도 돼 있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인 대비와 환관 등이 정치를 농단했고 그는 그들에게 완전히 놀아났다. 이 꼴을 본 변방의 이민족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잇따라 침공해 돈과 영토를 빼앗아갔고 그가 보는 앞에서 가족 중 여자들을 붙잡아갔는데도 그는 그대로 도망쳤다. 결국, 수하의 재상마저 이민족 군대와 결탁, 그의 눈을 멀게 하고 6년간 굴욕으로 점철된 제위에서 끌어내렸다. 감금돼 있다가 이듬해인 1775년 새해 첫날, 50세의 나이로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