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청소년 20여 명에 자비교육, 매주 금요일은 성인대상 무료지도
"마술은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하나의 묘약입니다. 학생들도 마술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웠으면 해요."
대구 명덕네거리 인근 한 카페. 검은 재킷을 걸친 남학생이 무대에서 우산 메니플레이션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손에 쥐고 있던 빨간 머플러가 갑자기 빨간 우산으로 바뀌었다. 우산은 2, 3, 4개로 변하더니 다시 흰색 머플러로 바뀌었다. 머플러는 또다시 빨강, 흰색의 2개 우산으로 변했다. 마술을 진행하는 동안 학생의 손동작은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웠다. 학생이 5분가량의 현란한 마술을 끝내자 무대 조명이 꺼졌다. 마술을 지도하던 마술사는 박수를 쳤다. 학생은 3개월 정도 마술을 배웠다는데 수준급이다. 지도 마술사는 학생이 펼친 마술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워킹과 손동작, 각도, 표정 등 세밀하지 못한 부분을 수정해 주었다.
이곳 카페에서 마술을 지도하는 선생은 주형돈 마술사다. 주 마술사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재능기부로 마술을 무료 지도하고 있는 것. 주 마술사는 5년 동안 청소년 20여 명에게 자비로 마술을 가르쳐주었고 지금도 청소년 5명이 마술을 배우고 있다. 평일 저녁과 주말 온종일 마술의 기초인 링 마술, 볼 마술, 좀비볼 마술, 우산 마술에서 마술의 꽃인 카드 메니플레이션까지 다양한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다.
"마술은 신비롭기도 하지만 마력 같은 연기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도전 정신이 숨어 있어요."
주 마술사는 마술은 단지 남을 속이기 위한 기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마술에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고 공간, 지각 능력과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또 내성적인 학생이 외향적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다. 주 마술사는 마술 지도 후 학생들의 성격 변화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주 마술사로부터 지도를 받은 김희(이곡중 1년) 양은 지난달 무대마술로 대한민국 청소년마술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주 마술사는 초등학교 방과 후 활동에 참가해 3곳에서 마술을 지도하고 있다. 대구시 청소년문화의 집에서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술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지금껏 지도한 학생 수만 1천 명이 넘는다. 그는 매주 금요일 성인들에게도 마술을 무료로 가르쳐주고, 지도받은 성인 몇 명은 마술 강사로 뛰고 있다.
"사람들이 마술을 왜 공짜로 가르쳐 주느냐고 물어요. 그러면 마술을 배운 분들도 남에게 행복을 전하고 봉사하는 마술사가 되길 바라서라고 말해요."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가르쳐준 마술에 호기심을 느껴 마술을 시작했다. 그후 독학으로 마술을 익혔다. 인터넷을 통해 유명 마술사의 마술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 하기도 하고 마술 문헌을 뒤지기도 했다. 그는 마술사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는 스토리가 있는 무대마술이 최대 강점이다. 기존의 기교만 부리는 마술에서 벗어나 마술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스토리를 입히고 있다. 그는 마술을 배우는 학생들과 함께 소외계층을 찾아 자선공연을 할 계획도 있다.
"본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꿈이었어요. 늦게나마 마술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는 게 커다란 행복입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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