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좋은 음식, 된장이 어쩌다 '된장녀'라는 신종 용어가 등장하면서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됐나?
요즘 들어서는 명품족에다 더하여 "이런 젠장 할 여자"라는 좋지 않은 뜻까지 더해져 담겼다. 하지만 이런 의미와는 완전히 딴 판으로 '원조 재래 된장녀'를 자처하는 이가 있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재래된장 연구에 돌입한 김미경(56) 씨. 이제는 제법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인공적인 발효를 전혀 하지 않은 전통방식을 고집하면서, 기업형은 아니지만 알음알음 지인(知人)들에게 적지 않은 양의 된장을 판매하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에서 17년째 한결같은 맛으로 식당(진주 손칼국수)을 운영하면서, 전통 재래된장의 대가(大家)로 거듭나고 있는 김 씨를 김천 구성면 흥평리 재래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김미경 전통 재래된장연구소'에서 만났다. 스스로 거침없이 자신을 '된장녀'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그는 이제 된장이 남은 인생 목표의 큰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남편의 혼이 서려 있는 별장과 된장연구소
옛날 할머니들이 메주로 집 된장을 만들던 그 방식 그대로 재래된장 연구에 착수한 김 씨는 2005년부터 집안의 반대에도 집 옥상에서 된장 연구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6년 남편이 간암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남편 병 수발과 된장연구, 식당운영을 동시에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돌입했지만 그는 된장에 관한 집념을 버리지 않았다.
힘든 삶의 현실에 부딪힌 김 씨는 2007년에 현재의 재래된장연구소가 있는 경북 김천시 구성면 흥평2리 265번지에 힐링 별장을 지었다. 그리고 암 투병 중인 남편과 함께 이곳을 하나하나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별장 앞 원두막을 비롯해 정원의 돌 하나, 나무 하나도 모두 남편의 손길이 닿아 있다. 하지만 하늘은 남편을 그리 오래 세상에 남겨두지 않았다. '김미경 전통 재래된장'을 널리 알리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로 예정된 날짜였던 2010년 1월 15일 김 씨는 남편을 떠나보냈다.
김 씨는 "재래된장 연구를 향한 열정과 남편의 병 치유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공간으로 지은 별장 겸 연구소"라며 "남편이 하늘나라로 간 이후 1년 동안은 함께 이곳을 가꿔왔던 추억 때문에 이곳에만 오면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털어놨다.
◆'김미경 재래된장'의 뛰어난 맛과 영양
'재래 된장녀'를 자칭하는 김 씨는 남편과의 안타까운 이별을 뒤로하고, 다시 더 좋은 된장을 향한 연구와 홍보 및 강의활동에 주력했다. 김미경 재래된장의 장점은 일단 된장을 담글 때 전통 재래방식을 그대로 고집한다는 점과 깨끗한 물, 국산의 좋은 재료, 손수 담그는 정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물이 깨끗하다. 2007년 별장 겸 연구소를 지을 때, 그곳 산의 계곡물이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1급수로 어떤 음식을 해도 다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씨는 된장뿐 아니라 국간장, 청국장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간장 역시 일본의 간장 맛이 아닌 전통 조선간장의 맛을 살려내고 있다.
본격적인 홍보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종편 채널 MBN에서 자신의 된장이야기가 방송을 탔으며, 가끔 지역의 도서관에서 재래된장에 관한 특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형 된장 판매에는 한계가 있다. 보통 된장 담그는 일은 수억원을 투자하는 일이다. 최소 1년에서 2년 동안 큰 항아리(장독대)에서 숙성시켜야 하기 때문에 투자금액을 회수하는 일도 쉽지 않을뿐더러, 수익을 내려면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 현재 김천의 별장 아래에 위치한 김미경 재래된장연구소에는 100여 개의 독에 된장, 간장 등이 담겨 있다. 시간과 정성이 먼저다. 규모의 문제는 그다음이다.
현재는 주로 직거래 방식으로 통해 가정에서 이 된장이 소비되고 있다. 이 재래된장연구소가 오면서, 김천 흥평2리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마을 60, 70대 주민들은 고추나 콩을 재배하면, 김 씨가 이 농작물을 사들인다. 그리고 소소한 일거리도 마을 주민들에게 맡기고 있다.
"이젠 하늘나라에 있는 남편과의 애틋한 추억의 힘으로 재래된장 연구와 판로확보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www.mikyung.kr, 010-2078-6113.
글'사진 권성훈기자 cdrom@msn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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