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수백만 건 '폭풍인기'…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시청
짧은 러닝타임. 그러나 기승전결이 있고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첫사랑과 취업, 판타지 등 젊은 층의 관심사를 다룬다. 기성 연기자들이 아닌 아이돌 그룹 멤버나 신인 연기자들이 주인공이다.
유튜브'SNS'포털 등 인터넷을 통해 웹 드라마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TV에 국한됐던 드라마의 영역을 확장해 그 위상을 넘보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조회 수가 수백만 건에 이를 정도다. 안방에서도 TV 리모컨 대신 휴대폰을 쥐는 사람들이 늘었다. 도시철도에서도 버스에서도 일터에서도 웹 드라마는 'ON AIR'중이다.
◆올 들어 10여 편 등장
주부 김진영(37) 씨에게 유일한 낙은 TV드라마. 하루라도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우울해질 정도였다. 아침드라마, 일일드라마, 시트콤, 주말드라마, 그리고 '명작 다시보기'라는 명분으로 재방송되는 수많은 드라마도 빼놓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약속도 '본방 사수'를 위해 가급적 방영시간을 피했다. 당연히 안방의 TV를 신줏단지처럼 모셨다. 그랬던 김 씨가 최근 TV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TV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웹 드라마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웹 드라마는 특정계층만이 즐기는 게 아니다. 다양하고 풍성해졌다. 올 들어서는 웹 드라마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제작된 '러브 인 메모리' 이후 10여 편이 등장했다. 반응도 폭발적이다. 로맨틱 웹 드라마 '낯선 하루'는 티저영상이 공개된 지 3일 만에 총 조회 수 24만 건을 넘어서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11일 첫 공개된 1화는 10만 클릭을 넘어서며 흥행 돌풍 중이다. 그룹'인피니트' 성열, '포미닛' 남지현 등이 주연한 로맨스 '러브 포텐'(12부작)은 이미 누적 클릭 수 100만 건을 넘어섰다. '2AM' 임슬옹'김슬기가 출연한 '무한동력'(6부작)도 이달 들어 조회 수 400만 건을 돌파했다.
내용과 주인공 모두 젊고 참신하다. 지난달 CJ E&M이 선보인 20분짜리 4부작 '스무살'. '비스트' 이기광이 아이돌 스타로 나온다. 젊은이들의 고민과 사랑을 담았다. 내년 1월에는 tvN에서 총 80분 물 드라마로 전파를 탄다. '제국의 아이들'의 동준이 초능력자 소년으로 나오는 동명 웹툰 원작의 '후유증'도 내년 1월 대기 중이다. 인기를 끌었던 웹 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과 '러브 인 메모리'는 벌써 시즌2 제작에 들어갔다.
지난달 선보인 '러브포텐'은 매주 2편씩 월'수요일 자정마다 공개, 회당 약 10분 분량으로 총 12부로 구성돼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모바일 전용 프리미엄 콘텐츠 마켓 스토리볼에서 독점 방송된다. '인피니트'의 성열과 '포미닛'의 남지현, 배우 클라라가 주연을 맡았다. SNS 드라마 '무한동력'도 지난달부터 삼성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송 중이다. '2AM'의 임슬옹, '달샤벳'의 우희, '서프라이즈'의 공명, 배우 안내상'김슬기, 개그맨 최효종 등 출연진이 TV드라마 못지않게 화려하다. 5부작 로맨틱 웹 드라마 '낯선 하루'도 지난달 인터넷을 탔다. 군산시가 제작한 이 드라마는 군산을 배경으로 일제강점기 소설가 채만식(최우식 분)과 취업 준비생 이지은(아영 분)이 함께 보내는 하루를 그리는 작품이다.
웹 드라마의 인기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고 제작 과정과 소재 면에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바일 세대에 딱 들어맞는 소재와 드라마 제작과정이나 스토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도 인기의 요인이다.
웹 드라마 제작자인 박민서 씨는 "언제 어디서나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자리 잡으면서, 웹 드라마가 모바일 라이프를 즐기는 세대들에게 TV드라마 못지않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작비 역시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고효율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해서 질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대부분의 웹 드라마가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갖추고 있는데다 깔끔한 영상과 음악이 돋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기업들도 제작 나서
기업들도 앞다퉈 웹 드라마 제작에 나서고 있다. 제작비용은 저렴하지만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는 파급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최근 그룹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인기 웹툰 '무한동력'을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하고 있다. 무한동력은 대학진학과 취업 등 젊은 세대의 고민과 열정을 다루고 있다. '러브 인 메모리'(교보생명), '수호천사'(동양생명), '아직 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커핀그룬나루), '매콤한 인생'(죠스떡볶이) 등도 기업 마케팅 드라마다.
웹 드라마의 인기로 모바일 영상 콘텐츠의 장르도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KT미디어허브는 지난달부터 '올레tv모바일'에서 자체 제작물 '지상렬의 열개소문'을 방영하고 있다. 열개소문은 연예인과 기자들이 팀을 이뤄 방송계 뒷얘기를 나누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도 웹을 통해 방영되고 있다. 누적 조회 수 4억 건을 자랑하는 인기 웹툰 '미생'이 모바일 단편 옴니버스로 영화화돼 지난 5월 상영됐다. 기존 영화도 인터넷을 통해 방영되고 있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더 파이브'와 아동 성폭력 사건을 다룬 '소원'이 나란히 곰TV를 통해 상영되고 있다. 급기야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화까지 등장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마트폰으로 찍은 단편 '도둑고양이들'은 제1회 올레스마트폰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웹 드라마의 진격이 거세지자 TV도 반격에 나섰다. TV를 외면하는 젊은 층을 끌어안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KBS1 교양프로그램 '강연 100℃'는 올 초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방송학부 교수는 "웹 드라마에 대해 지나친 상업화와 자극적인 내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매체 환경의 변화로 발전가능성이 큰 미래형 콘텐츠라는 점에서 다양한 제작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국경 없는 웹 드라마
지난 9월 2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노키아극장에서 열린 미국 제65회 에미상 시상식. 미국 최고의 방송 프로그램을 뽑는 이 자리의 주인공은 TV드라마가 아니었다. 바로 웹 드라마였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웹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9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감독상'촬영상'캐스팅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온라인 드라마가 최초로 수상하며 파란을 일으킨 역사적 사건이었다.
지난 9월 이동통신사의 앱 장터와 포털 사이트를 통해 방영된 국내 웹 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 중국의 포털 사이트 '소후닷컴'에 공개된 지 한 달 만에 조회 수 1천만 건을 돌파하며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급부상했다. 하정우'정경호 등의 소속사인 판타지오가 내놓은 이 작품은 중국판 제작에 들어갔다. 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청춘물이다.
웹 드라마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다. 일부 국내제작 웹 드라마는 새로운 한류 트렌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온라인에서 시작된 웹툰은 한류의 한 기둥을 담당하고 있다. 하일권의 작품 중 '3단 합체 김창남'은 최근 영국 영화제작사인 페브러리필름이 판권 계약을 맺기도 했다. 김건표 교수는 "웹 드라마의 득세는 드라마산업의 지형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차 시장(온라인)에서 성공한 다음 다시 1차 시장(기존 TV)으로 진입하는 등 콘텐츠 유통의 새로운 통로가 되는가 하면 세계적으로도 한류를 책임질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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