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불교 수장 아름다운 얘기꽃

입력 2013-12-20 10:57:57

석탄일 조환길 대주교 방문 성탄 맞아 성문 스님 '답방'

"지난해 동지 팥죽 감사합니다."(천주교 대구대교구), "번거롭지 않다면 올해도 보내드릴까요?"(동화사), "주신다면…. (좋다는 의미)"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을 비롯한 방문단과 천주교 대구대교구 신부님들 사이에 함박웃음이 번졌다. 이렇듯 매년 나누는 30여 분 환담이 항상 즐겁고, 유쾌하다.

올해 5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동화사를 방문한 데 이어 크리스마스를 앞둔 19일 오후 성문 스님이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찾았다. 두 종교 지도자의 만남 자리에서는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날은 성문 스님이 먼저 화두를 던졌다. 성문 스님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노숙자들과 함께 식사하는 기사를 봤다. 낮은 곳으로 임하는 교황의 마음을 보고, 존경스럽고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을 꺼냈다.

조환길 대주교는 다문화가정 얘기를 했다. 동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해 연극 '빈방 있습니까?'를 보고 온 것을 설명한 것, 조 대주교는 "극 중에 마리아로 등장한 배우가 '청바지'를 입고 나왔는데, 배가 불룩해서 많이 놀랐다"며 "다문화 가족 이주민들이 직접 등장한 이 연극은 마굿간에서 태어난 예수님의 탄생을 현대식으로 해석, 빈방이 없어 밖에서 아기를 낳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최근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성문 스님은 "어려움이 많겠지만 100주년 기념 범어대성당 건립이 잘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에 조환길 대주교는 미소로 감사와 공감의 표시를 했다.

헤어질 때, 조환길 대주교는 수녀원에서 만든 예쁜 빵 바구니(딸기잼 포함)를 성문 스님에게 전달했다. 성문 스님은 "절에 돌아가면 바로 먹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두 지도자의 환담자리에는 동화사 측에서 총무국장 원광 스님, 교무국장 진담 스님과 류병선 제9교구 신도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대구대교구 측에서는 이용길 총대리 신부, 박석재 사무처장 신부 등이 참석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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