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지직~ 익혀 쫀득쫀득 씹는 맛 "중독성 있네"
'양곱창'은 소 위장의 양과 작은창자인 곱창을 붙여 부르는 말이다. 양은 소가 갖고 있는 네 개의 위 주머니 중 첫째 위를 말한다. 첫째 위 중에서도 살이 두터운 '양깃머리'로 소 한 마리에서 기껏해야 수백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양곱창은 소양과 곱창의 합성어다. 곱창을 축으로 곁에 양을 올리는 것이다. 문제는 소곱창인데 생명은 '곱'에 있다. 일반인은 기름인 줄 알고 먹지 않으려고 하는데 미식가는 이걸 더 선호한다. 곱은 곱창 안팎에 묻어 있는 신선한 지방질의 효소라고 보면 된다.
대구 달서구 장기동 장기초교 건너편에 있는 '최뿔양곱창'은 양곱창 전문점이다. 최기철 사장은 매일 당일 사용할 물량만 고령축산물공판장에서 가져온다. 공판장 내장팀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신선하고 맛있는 내장을 선별해온다. 한우 내장만 사용한다. 수입육이나 육우는 사용하지 않는다.
곱창은 손이 많이 가는 메뉴다. 곱창에 붙어 있는 맛 없는 부위와 기름기를 잘라내는 작업이 쉽지 않다. 최 씨가 "값이 쌌던 곱창 가격이 올라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최 씨는 최근 곱창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곱창은 쇠고기 등심보다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 철분이 풍부해 영양도 뛰어나기 때문이란다. 특히 양은 지방이 없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는다고 했다. 그는 "곱창과 양을 찾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는데 손님 중 20, 30대 여성 비율이 30% 정도 된다"고 전했다.
양곱창모듬 한 접시를 시켰다. 양과 곱창, 대창, 오드레기(대동맥 혈관 안쪽 부위), 염통 등이 섞여 있다. 창자 사이사이 부위들인데 이름을 다 알 순 없어도 하여간 푸짐하다. 초벌구이를 한 다음 돌판에 양파와 마늘, 버섯, 냉이, 부추 등을 얹어 내놓는다. 손님이 직접 돌판에 굽다 보면 기름이 사방에 튀기 때문이란다.
'치지직 치지직' 양곱창 익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한다. 그 모양이 속이 꽉 찬 고리모양이 됐다. 최 사장이 잘 익은 곱창을 살갑게 가위로 먹기 알맞게 잘라준다. 먼저 양 한 점을 소스에 찍어 먹는다. 조개 관자 씹듯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것이 풍미까지 좋다. 양은 너무 익히면 질겨지므로 살짝 익혀 먹어야 씹는 질감과 구수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곱창은 안에 곱이 있어 제대로 구우면 쫄깃하면서도 들큰한 맛을 낸다. 대창 안에는 기름덩이가 차 있어 기름지면서도 고소하다. 염통도 내장 특유의 비린 맛은 있지만, 쫀득하니 감칠맛이 돈다. 참새구이 맛이다. 대창을 입에 넣으니, 기름기가 입 안에서 '매끌매끌' 돈다. 그러나 씹으니 고소하다. 오드레기는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블로그 홍보 대행업체인 블로그 아지트 직원 김효선(29) 씨는 "곱창 맛을 알게 되면서 자주 찾는다"며 "손질을 잘해서인지 우선 냄새가 나지 않는다. 비린 맛도 안 나고 고소하다. 소주와 궁합이 잘 맞다"고 했다. 효선 씨는 "이제 곱창 마니아가 다 됐다. 개인적으로 고소하고 씹는 맛이 있는 대창이 맛있다"고 덧붙였다. 조준욱(29) 씨 역시 "자꾸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다. 한번 먹어보면 또 생각나는 음식으로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며 "씹으면 묽은 액체같이 나오는 곱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다. 특히 오드레기는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기가 막힌다"고 했다. 그는 또 "그냥 먹으면 담백하고 특히 냉이에 싸서 먹으면 냉이 향이 입안을 즐겁게 한다"고 했다. 김형식 씨는 "내장은 어지간히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소화도 잘 된다. 친구나 지인을 데리고 오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이어 뻘겋게 때깔 좋은 곱창전골이 등장했다. 보글보글 끓는 국물과 보들보들 맛있게 익은 곱창을 입에 넣고 살살 씹으면 고소하게 흘러나오는 곱의 풍미가 그만이다. 곱창전골은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맛의 곱창이 어울려서 식사메뉴로는 물론 술안주나 속풀이 음식으로도 좋다. 아직 끝이 아니다. 곱창전골에 만들어 먹는 볶음밥이 남아있다. 최 사장은 "볶음밥은 살짝 눌어붙으면 더 맛있다"고 했다. 효선 씨는 "볶음밥을 먹어야 끝이 난다. 안 먹으면 섭섭하다. 내장 기름이 배어서 그런지 더 고소하고 맛있다"고 했다. 최 사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직접 내장을 손질한다. 그리고 기본을 지키려고 한다. 좋은 재료를 쓰고 한결같은 맛을 내려고 노력한다. 시장도 직접 본다. 그는 "원재료가 좋아야 음식이 맛있다. 재료가 맛을 결정한다. 최가들이 고집이 세 '최뿔다구'라고 한다. 원칙을 지키는 고집이죠. 그런 고집으로 가게를 운영한다"고 했다.
양곱창모듬(양'곱창'대창'오드레기'염통) 500g 2만8천원, 양대창모듬(양'대창'오드레기'염통) 500g 2만8천원, 양념양곱창모듬 500g 3만원, 특양 1인분(180g) 1만6천원, 곱창 1인분(200g) 1만2천원, 대창 1인분(200g) 1만2천원, 막창 1인분(200g) 1만2천원, 오드레기 1인분(180g) 1만2천원, 곱창전골 2만원, 양념대창모듬 500g 3만원, 육회 250g 2만원.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규모: 입석 40여 명
▷주차장: 없음(가게 앞 공영주차장 있음)
▷영업시간: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재료 떨어지면 가게 문 닫음)
▷예약: 053)644-9993, 대구 달서구 장기동 822-14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inf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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