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 남은 4년, 무엇을 할 것인가

입력 2013-12-19 11:10:35

오늘로 꼭 1년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108만 표 차로 누르고 대통령 당선 인사를 했다. '화해와 탕평을 통한 국민 대통합' '상생과 공생을 통한 경제민주화' '튼튼한 안보와 신뢰 외교'가 키워드였다. 그리고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 목소리, 그 모습이 아직 선하다.

그로부터 1년. 지금 한반도 주변 정세는 그때보다 더 무겁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은 여전히 예측 불허다. 한반도 비핵화는 요원해졌다. 북은 장성택 숙청을 시작으로 새로운 공포정치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정권이 종전 후 첫 국가안전보장 전략을 확정 짓고 단독 무력행사의 길을 열었다. 평화헌법 재해석부터 집단자위권 행사,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한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에서 드러난바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중국의 팽창주의도 여전하다.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열강의 각축전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구한말을 연상시킨다.

대외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은데 국내 정치권은 여전히 대선 프레임에 갇혀 있다. 지난해 12월 대선 전후로 제기된 국정원 댓글 사건은 1년이 넘도록 블랙홀처럼 모든 쟁점을 빨아들이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사그라지기는커녕 대선 불복으로까지 전선을 넓혔다. 과거 이명박정부가 광우병 파동에 이은 촛불 시위로 집권 초기에 진을 다 뺐다면 이번 정부는 국정원 선거 개입이란 망령에 발목이 붙들려 있다. 5년 전 판박이다.

국정원 선거 개입 파문은 초기에 다잡아야 했다. 단초는 전 정부에서 시작된 일이다. 관행이었다면 그 전 정부, 또는 그 전전 정부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었다는 보장이 없다. 일은 전 정부에서 시작됐다지만 책임은 일정 부분 현 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건의 중요성을 조기에 간파했어야 했다. "제가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는 건가요?" 하고 치받을 일은 아니었다. 대다수 국민은 박 대통령이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허접한 댓글 때문에 표를 찍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프레임에 갇혀 1년을 허송세월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박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귀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찌감치 적극적인 유감을 표명하고 관련자에 대한 처벌 의지를 밝혔더라면 조기에 진정됐을지 모른다. 이는 화해와 탕평을 통한 국민 대통합이라는 과제와도 맞아떨어진다.

그랬더라면 문재인 의원의 대선 불복성 언행은 스스로 부끄러웠을 일이다. 문 의원은 "지금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고 못 박았다. 행간에 대선 불복이라는 옹심이 읽힌다. 그의 이런 어정쩡한 태도는 대선 불복 신드롬을 몰고 오고 있다.

댓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집권 1년 차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50%를 넘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는 다분히 국내 정치'경제 상황을 다룬 내치보다는 외교 안보 등 외치에 힘입은 바 크다.

경기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박근혜정부가 내놓은 창조경제의 실체는 여전히 국민들에게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발족했다지만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모른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볼멘소리는 여전하다. 국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이제 1년이 가고 4년이 남았다. 박 대통령에게 남은 4년은 한국사에 있어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겨 명실상부 선진국 반열에 오르느냐 아니면 다시 주저앉아 과거로 돌아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자칫하면 일본식 불황에 빠져들 것이란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다. 저성장 쇼크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다 북한 변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4차 핵실험에 장거리 로켓 발사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는 20대 청년 김정은의 도발엔 거침이 없어 보인다.

이런 난제들을 극복해 나가려면 방법은 하나다. 당초 약속한 대로 상생의 정치를 펴는 것이다. 작은 것은 양보해야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이제 당초 약속했던 화합과 탕평의 키워드를 다시 꺼내 들기를 권한다. 그래서 과감히 대선 불복 프레임을 떨쳐 버리고 미래 한국을 향해 나아갈 때다. 박 대통령이 4년 후 뒷모습이 아름다운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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