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몬드라곤은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에서도 살아남았고 오히려 경제가 성장하여 전 세계의 부러움과 놀라움을 샀다. 그 비밀은 협동조합이다.
도시에서는 혼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그 어떤 수단도 없다. 태생적으로 의존적이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더 심해졌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자급자족을 하면 되었다. 자급자족을 통해 남은 잉여는 나누거나 교환을 통해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에는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팔아서 자신의 필요와 요구를 충족하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돈을 벌어서 생산품과 서비스를 구입하여 의존을 하게 된 것이다. 의존을 사람 중심으로, 관계 중심으로 풀어내는 경제 시스템을 사회적경제라 하고, 사회적경제의 대표적인 조직이 바로 협동조합이다.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협동하는 공동체인 협동조합으로 몬드라곤은 경제위기와 상관없는 삶을 살았다. 이탈리아 볼로냐, 캐나다 퀘벡도 그랬다.
한편, 자본주의 4.0이라는 말이 있다. 경영의 신 피터 드러커, 마케팅의 지존 필립 코틀러, 마이크로 소프트 전 회장 빌 게이츠 등은 이윤 창출을 넘어 가치 창출의 시대가 되었음을 알리며 이를 실천하고 있다. 세대 간, 계층 간 화합을 위해서는 협력, 상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최선두에 있는 사람들이 이윤보다는 가치, 경쟁보다는 상생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자본주의의 영속성을 위한 것이라는 본질적 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사회적경제가 도달하려는 결과와 모습이 거의 똑같다.
결국에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행동하자는 것이다.
모두가 잘살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해야 하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효율성을 강화해야 하고, 효율성 강화를 위해서는 경쟁 구도를 구축해야 된다. 그래서 성공하는 기업이 있으면 그 열매를 나누면 된다는 것이 '트리클 다운'이다. 트리클 다운은 MB정부 때 강력하게 드라이브한 개념이지만, 그것이 판타지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화두가 나오는 것이다.
결국엔 함께 잘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사람을 놓고 생각해야 된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대구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논의를 비주류에서만 하고 있다. 이미 세계의 트렌드가 되었음에도 유치하지도 못하는 대기업만 바라보며 로또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다. 우리도 노력한다고 항변을 하는 모습을 보긴 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증거는 무수히 많다.
단 한 가지, 협동조합 숫자만 해도 그렇다. 전국의 협동조합 숫자가 2천851개인데(11월 현재), 대구는 102개, 광주는 229개다. 대구 인구 250만, 광주인구 140만 명, 조금 과장하면 우리 인구의 절반인 광주가 대구보다 2배나 많은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비율이 아니더라도 개수 정도에서는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협동조합 만들어 놓으면 뭐하나, 아무 실적도 없는데…,라는 비판도 한다. 협동조합은 '함께 경영하는 기업'이다. 아무 실적도 없는 것은 그들의 사정이다. 함께하기 위해 출발한 것이 중요한 것이지, 아무 실적도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별다른 행동과 노력을 하지 않은 데 대한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세계는 이미 사람 중심의 경제로 흘러가고 있고, 협동과 연대를 모색하며 실천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협동조합 기본법을 만들어 정부에서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전국적으로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대구는 판만 잘 깔아주면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부 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이고, 영남학파와 기호학파가 유일하게 교류하던 지역으로서의 인문적 자존심이 있는 곳이 대구다.
우리 안의 오래된 미래를 최근의 시류와 잘 융합하여 이제 앞으로 나갈 때다. 다행히도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이라는 사람을 키우는 멋진 정부 지원 사업이 있다. 3년을 지나 내년이면 4년 차가 되는 사업이다. 이 사업 또한 대구가 자랑할 만하다. 첫해부터 3년 차까지 활동한 전문가가 전국 6, 7명인데, 대구가 3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구를 신나게 바꿔나가는 꿈을 꾼다.
전충훈/대사연 협동경제사업단 전략사업국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