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득권 과시용 지자체 파산제라니

입력 2013-12-17 11:24:50

집권 여당이 내년 6'4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에 대한 공천권이 폐지될 경우 이를 견제할 장치의 하나로 지자체 파산제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 파산제는 자치단체장이 표를 의식하여 무분별한 전시성 행정이나 축제로 재정을 방만하게 써서 파탄을 초래할 경우,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빚을 떠안는 대신 해당 지자체의 예산'인사 등 고유 권한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지난 7월 한때 전설적인 자동차 도시였던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시는 인구 감소와 세수 부진을 견디지 못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보호를 신청하였고, 2004년에는 채권 투자에 실패한 LA 오렌지 카운티가 파산했다. 미국은 1934년 연방파산법 챕터나인 제정 이래 무려 61곳이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우리나라도 호화 청사로 유명한 부자 도시 성남시(경기도)가 2010년 7월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을 선언하여 파산제 도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한국도 지방자치제를 한 단계 더 성숙시켜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방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채 비율은 기초자치단체보다 광역자치단체가 훨씬 높다.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인천시는 10.85%, 세종시는 7.79%, 울산시는 6.95%이다. 열심히 빚을 갚고 있는 대구시는 6.87%로 줄였다.

더 자세히 보면 대구시청은 부채 비율이 8.12%인데 8개 구군 가운데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대구 중구는 3.46%, 가장 낮은 달성군은 0.67%로 빚이 거의 없다. 인천시도 인천시청은 13.60%의 부채를 안고 있지만, 부평구는 7.77%, 연수구는 0.74%뿐이다. 전국적으로 똑같이 기초지자체의 빚이 광역지자체보다 훨씬 낮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와 지자체 파산제를 연동시키려는 의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장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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