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범어동 동산초, 하루씩 돌아가며 반장 역할 "누구나 리더 인성자라
이 초등학교에는 전교회장 선거가 없다. 반장 선거도 없다. 전교생이 순서대로 돌아가며 일일전교회장, 반장을 맡는다. 학생들은 용돈을 모아 기부하고, 복지시설에서 재능기부도 펼친다. 대구 동산초등학교(수성구 범어동) 얘기다.
"처음에는 애를 특목고에 보내야 하는데 반장 선거를 안 하면 스펙이 줄어든다며 불만을 터뜨린 부모님도 계셨죠. 하지만 아이의 한평생을 두고 인성만큼 좋은 스펙이 어디 있나요?"
올해 교직경력 38년인 이현숙(58'여) 교장은 동산초교가 교장 승진 후 첫 부임지라고 했다. 이 교장은 재작년 6월 이 학교에 부임 후 아이들의 인성 함양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그 중 하나가 매년 3, 9월에 치러지는 회장'반장선거를 없앤 것이다. 교사의 전달사항은 그날의 반장이 맡고, 졸업식 축사 같은 교내 행사 때도 그날의 회장이 대표로 단상에 올라간다.
대신 이 학교에선 학기 초 전교생에게 리더십 교육을 한다. 이 교장은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어수선하고 불편할 것 같지만 금세 아이들이 적응하더군요. 아이들은 정말 믿어주는 만큼 성장하는 것 같아요."
으레 전교학생회장 차지가 되고 마는 '교내 선행상'의 주인공도 아이들이 직접 학교 홈페이지에서 전자투표로 뽑는다. 이 교장은 "아이들 눈이 더 정확하다. 정말 상을 받을 만한 아이들을 골라내더라"고 했다.
전교생 620여 명의 동산초교는 작년부터 '고미사'(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연말이 되면 전교생은 학교에서 나눠준 저금통에 1년간 모은 용돈을 복지시설에 기부하고, 또 복지시설을 방문해 노래, 어깨 주물러 드리기, 휠체어 밀어주기 등의 봉사도 한다. 올해는 총 697만원의 모금액 중 480여만원을 복음양로원, 대구노인복지관, 자유재활원 등 어르신들이나 장애인 복지시설에 생필품 또는 성금으로 전달했고, 나머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교사들은 학교와 이 같은 복지시설을 연계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김경옥 교감은 "아이들에게는 기부 확인증과 영수증을 준다. 복지시설을 다녀온 아이들의 소감문을 보면 부모님께 감사함을 배웠다는 내용이 많다"고 했다.
이 교장은 "착한 인성은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할 줄 아는 마음에서 자라난다"며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배려와 나눔을 습관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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