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α? 아니면 - ?…이승엽 '연봉 킹' 지킬까

입력 2013-12-16 09:50:14

성적 부진 탓 인상 부담…이름값 생각하면 못 깎아

'국민 타자' 이승엽의 내년 연봉은 얼마?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의 내년 연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시즌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낸 이승엽이 성적대로 평가받을지, 아니면 '최다 홈런' 기록보유자로서의 대우를 이어갈지 궁금증이 쌓이고 있다.

이승엽은 지난해 일본에서 친정팀 삼성으로 돌아와 2년 연속 팀내 연봉왕을 차지했다. 프로야구 전체를 따져서는 15억원의 한화 김태균에 이은 2위. 웬만한 자유계약선수(FA)를 능가하는 연봉이다.

올해 연봉 8억원을 받은 이승엽은 2위인 오승환(5억5천만원)을 여유 있게 제치고 팀내 연봉왕을 수성했다. 그러나 올 시즌 이승엽은 데뷔 후 가장 힘든 시즌을 보냈다. 개인 성적을 따진다면 연봉 삭감은 피할 수 없다. 이승엽을 바짝 뒤쫓던 오승환이 일본 무대로 진출했으나 장원삼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삼성과 4년간 계약금 30억원과 연봉 7억5천만원 등 총액 60억원에 계약, 이승엽의 연봉왕 자리를 넘보고 있다. 5천만원 이상 삭감이 이뤄진다면 팀내 최고연봉자 이름을 맞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해 이승엽과 연봉 8억원, 옵션 3억원 등 11억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이승엽은 타율 0.307, 21홈런, 85타점으로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며 팀의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한국시리즈서는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런 활약 덕분에 올해 연봉은 동결. 3억원이 걸린 옵션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소한 연봉 8억원은 보장받았다.

하지만, 내년 연봉 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이승엽은 연봉 인상을 주장할 만큼 올 시즌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올 시즌 이승엽은 타율 0.253에 13홈런 69타점에 머물렀다. 두자릿수 홈런으로 체면을 살렸지만 타율은 1995년 데뷔 후 가장 낮았다. 이승엽은 팀이 사상 첫 통합 3연패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힘을 보태지 못했다. 정규시즌 막바지까지 순위 싸움에 피를 말릴 때도, 한국시리즈에서는 1승3패로 벼랑 끝까지 몰릴 때도 이승엽은 이름값을 못했다. 되레 이승엽이 부진한 탓에 삼성은 우승까지 가는 길이 험난했다.

'한물갔다'는 소리까지 들은 이승엽으로선 연봉 협상 테이블서 요구조건을 내세울 만한 처지가 못된다.

공은 구단으로 넘어간 상황. '이름값이냐', '실력이냐' 둘 중 어느 것을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삼성 구단으로선 고민이 깊다.

홈런 타자의 자존심을 지켜줄려니 연봉 고과가 낮고, 그렇다고 한국프로야구 최다 홈런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이승엽을 단순히 한 시즌 성적만으로 대우하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 이승엽은 6월 20일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개인 통산 최다홈런인 352호 아치를 그렸고 현재 358개까지 홈런 수를 늘렸다. 이승엽의 홈런이 나올 때마다 한국프로야구의 역사가 새로 쓰이는 상황이다.

삼성구단 관계자는 "비록 올 시즌 활약이 좋지 못했지만 '국민타자'의 자존심과 예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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