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교육관련 단체가 친일'역사왜곡 논란을 빚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각 고교에서 채택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전교조 대구지부와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대구 국공립 일반계고 학교운영위원협의회장 A씨는 최근 대구 일반계고교에 '학교운영위원회의 역사교과서 심의 관련 참고자료'라는 제목의 A4 용지 11쪽짜리 공문을 우편으로 보냈다. A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협의회는 학부모 등 학교운영위원장들의 협의체로, 법정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와 달리 임의기구 성격을 띠고 있다.
이 공문에는 '교육부의 수정 권고와 명령을 거부한 저자들이 쓴 역사교과서에 대해 우리 운영위원들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 역사교과서 심의에 반영해 줄 것을 당부드립니다'고 적혀 있다. 공문에는 '국공립 일반계고 학교운영위원연합회 협의회'라는 직인도 찍혔다.
전교조 대구지부에 따르면 수정 권고와 명령을 거부한 저자들이 쓴 역사교과서는 친일'역사왜곡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나머지 7종의 역사 교과서를 지칭하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라는 외압성 메시지라는 것이다.
전교조 대구지부 측은 "교학사 교과서는 일본 식민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를 촉진시켰다는 이론에 기초하고 있고, 친일파들을 민족 발전에 기여한 기업가, 학자, 교육가 등으로 둔갑시킨 친일 반민족 교과서"라며 "이번 공문으로 인해 각 학교의 교과서 심의절차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과서 선정은 매년 12월 말까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결정한다.
10일 8종의 역사교과서가 수정을 거쳐 교육부 최종 승인을 받았지만, 역사교과서 파동을 촉발한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여전히 친일 및 독재 미화 논란이 숙지지 않고 있다. 실제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13일 교학사 교과서의 '위안부' 기술 내용이 일본 우익의 주장을 답습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승인을 철회하고 교과서를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교학사 교과서 최종본은 '한국인 위안부는 전선의 변경으로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술하고 있다는 것.
공문을 보낸 A씨는 "8종의 교과서 중 교육부의 수정 지시를 그대로 따른 교과서가 교학사 하나밖에 없다면 그걸 써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라며 "교과서 선정이 국가 존망이 달린 문제라 생각해 공문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측은 "학교운영위원협의회는 임의기구일 뿐"이라며 "교육청 차원에서 이 문제에 개입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