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SBS '따뜻한 말 한마디' 배우 한혜진

입력 2013-12-12 14:32:44

"선수가 그라운드 서고 싶듯…" 드라마 복귀 남편의 격려

솔직히 우려스러웠다. 아무리 연기가 직업인 배우라고는 하지만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는, 깨소금 냄새가 폴폴 나는 이가 위기의 결혼 생활을 하는 주부를 연기할 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라는….

하지만 SBS 월화극 '따뜻한 말 한마디'(극본 하명희'연출 최영훈)에서 나은진을 연기 중인 배우 한혜진(33)은 그런 우려를 떨쳐냈다. 현재까지는 합격점이다. 위기에 놓인 주부를 그럴 듯하게 연기하고 있다.

1, 2회에서 극 중 남편인 이상우와의 부부싸움은 실제로 착각할 정도다. 왠지 현실 속에서도 그렇게 싸울 것만 같다고 하니 "믿기 힘들겠지만 (남편인 기성용과 싸운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웃으며 "많은 분이 '신혼 때는 많이 싸운다고 하는데 실제는 어떠하냐?'고 궁금해 한다. 하지만 진짜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극 중 상황을 연기할 때) 안 좋은 상황을 떠올리기보다 대본이 좋으니 몰입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상황을 떠올릴 필요 없는 대본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명희 작가를 치켜세웠다.

##부부싸움? 단 한 번도 한적 없어

'따뜻한 말 한마디'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슬아슬한 외줄을 타는 위기의 두 부부 나은진-김성수(한혜진-이상우), 송미경-유재학(김지수-지진희)이 그려 나가는 감성 스릴러 드라마다. 가족과 부부의 문제를 리얼하게 다루며 복잡 미묘한 결혼생활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다. 2회까지 방송됐을 뿐인데, 반응이 뜨겁다. 시청률은 6.8%(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 기준)로 시작했는데 2회가 8.4%로 집계, 10%에 육박하고 있다.

한혜진은 "하명희 작가님과 최영훈 PD님을 만난 건 조개 속에 숨겨진 진주를 찾은 느낌"이라고 즐거워했다. "드라마 '주몽' 이후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시청자분들이 이렇게 뜨겁게 반응해줬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많은 분이 여러 가지를 물어보세요. 특히 작가님이 어떤 분이냐고 물어볼 때면 이 드라마의 반응이 뜨겁다는 걸 실감할 수 있죠."(웃음)

한혜진은 남편의 외도로 힘들어하다가 본인도 다른 남자와 불륜에 빠지는 인물인 은진을 연기하기까지 나름의 고민도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시청자들이 TV에서 마주하는 은진은 시행착오 끝에 나온 캐릭터다.

사실 모든 드라마 관계자들이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은진 캐릭터를 가장 걱정했다고 한다. 한혜진은 "은진이라는 캐릭터가 감정이 다채롭다. 가족들이나 주변 누구도 모르는 비밀을 가지고 있으니 그 비밀을 기본으로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내가 겉으로 보기에 편하게 무언가 하고 있는 것 같아도 속으로는 갈등과 고민을 엄청나게 한다. 집에 가면 녹다운이 된다. '전쟁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하고 있다"고 몰입했다.

"작가님, PD님이 '은진이는 사람들에게 제일 공감이 안 되는 캐릭터일 텐데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하라'고 하셨어요. 현장에서도 말투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고 세심하게 잡아주시더라고요.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정돈되어가고 있어요. 잘 따라가면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해요."

그는 "어느덧 연기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었는데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통해서 좋은 작가, PD, 선배, 동료 배우 틈에서 '뭔가 발전을 이뤄가야겠다'는 다짐이 컸다"며 "이 악물고 왔던 것 같다. 발전된, 성숙된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한 신, 한 신 고민하고 치열하게 연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혜진은 특히 "작가님의 글은 연기를 재미있다고 느끼게 해줘 좋다"며 "앞으로 남은 촬영 두 달 동안 최선을 다해 나 자신과 싸워가면서 발전되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7월 축구선수 기성용과 결혼한 한혜진. 남편을 따라 영국으로 건너간 그가 신혼 생활을 잠시 접고 5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따뜻한 말 한마디'에 참여한 이유는 뭘까?

##가정은 힘의 원천…자유롭게 연기

한혜진은 남편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음을 전했고, 연하 남편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사실 가정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의 하명희 작가님의 필력에 굉장히 놀랐었는데, 작가님의 러브콜을 받으니 마음이 흔들렸죠. 그 고민을 남편과 공유했고, 남편이 오히려 저보다 담담하게 말해줬어요. 선수가 그라운드 위에 서고 싶은 마음과 배우가 카메라 앞에 서는 마음이 같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자신은 걱정하지 말고 신 나게, 즐겁게 하고 오라고 격려해줬어요. 신랑이 '당신은 아내이기도 하지만 연기자이기도 하다'고 말했죠."

그는 "결혼 전에도 연기하는 걸 인정해줬는데 결혼 후에도 인정해줘서 감사한 마음으로 편하게 올 수 있었다"며 "지금도 신랑은 가장 든든한 지원자이자 베스트 프렌드"라고 꼽았다. 또 "남자 분들이 왜 '가정이 평안해야 밖에서 일을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지를 느끼게 됐다"며 "가정이 안정되고 평안하니까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 가정이 힘의 원천이 되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따뜻한 말 한마디'도 건넸다.

"사실 누구에게나 사는 건 어떻게 보면 전쟁이잖아요. 사람들은 흔히 '저 사람은 저렇게 행복하고 평안한데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사실 문제가 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요. 사람들은 SNS에 행복한 것들만 올리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사실은 모두 다 그런 거야'라는 말이 따뜻하게 들리지 않을까 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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