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허탈'…축산물 '안도'…수산물 '희망'

입력 2013-12-11 11:20:04

경북지역 농수축산물 엇갈린 표정

경북 지역 농'수'축산물 생산 농가들의 희비가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김장철을 맞아 본격 출하되는 김장 채소들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은 한 해 농사를 접을 판이다. 벼랑 끝에 몰린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 보장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반면 축산물은 일본 방사능 유출 여파에 따른 대체 수요가 늘고 사육 두수가 줄면서 가격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수산물 시장은 연말 특수를 맞아 회복 기미를 보이는 상황이다.

◆김장채소 재배 농민들 울고

안동시 송현동 호암마을에서 1천653㎡ 규모의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박우동(68) 씨는 요즘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정성 들여 재배한 배추 가격이 포기당 200원에도 못 미치는데다 이마저도 구입하려는 유통업자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박 씨는 어쩔 수 없이 내년 농사를 짓기 위해 배추밭 전체를 갈아엎었다.

박 씨는 "포기당 60원을 주고 배추 모종을 심은 뒤 정성껏 농사를 지었는데 지난해 100만원 하던 밭 한 뙈기 거래가가 올해는 20만원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본격적인 김장철에도 고추, 배추, 무 등 김장채소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경북지역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안동시와 안동시농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올해 노지 배추 1포기 가격은 200원으로 지난해 500원에서 절반 이상 떨어졌다. 무 역시 지난해 개당 400원 하던 포전거래(밭떼기거래)가가 올해는 200원으로 하락했다. 건고추는 600g 화근(기계로 말린 것) 기준으로 지난해에는 9천~1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는 절반 수준인 4천500~5천500원에 그쳤다. 양파도 20㎏ 기준 지난해 1만3천원에 거래되던 가격이 올해 6천~7천원으로 떨어졌다.

소매가도 마찬가지다. 안동농협파머스마켓에 따르면 10일 배추 한 단(2포기)에 4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무도 1개당 2천200원에서 1천100원으로 폭락했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도 집단 반발하고 있다. 봉화군 농민회는 이달 2일부터 농협중앙회 봉화군지부 앞에서 농산물값 인상을 요구하며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고추와 사과, 배추, 벼 등 농산물을 쌓아두고 밤낮으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봉화군 농민회는 11일 봉화군수와 만나 농산물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면담을 갖기도 했다.

안동시농민회 윤창 전 회장은 "올해는 김장 관련 채소가 풍부한 일조량 등으로 작황이 좋은데다 작년 재고까지 겹치면서 물량이 크게 늘어나 가격이 폭락했다"고 말했다.

◆축산물 생산 농가는 웃고

올해 초까지 하락세를 거듭하던 한우와 돼지고기 가격은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연말 송년모임과 김장철을 맞아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는데다 수산물 기피 현상에 따른 반대급부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동구 신암동에서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7) 씨는 "2, 3년 전보다는 못하지만 축산물 시장이 하락세였던 지난해 겨울에 비해서는 회복 기미가 보인다"며 "수산물 대신 한우를 찾는 손님이 적잖게 늘었고 식당에 들여놓는 고기량도 지난해 겨울에 비해 10~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달 6일 한우 거세우 600㎏ 산지가격은 540만6천원을 기록, 바닥을 찍은 지난 5월에 비해 16.8% 올랐다. 돼지고기 비육돈 100㎏ 산지가격도 31만4천원을 기록, 바닥을 찍은 올해 1월에 비해 50.9% 증가했다.

국내 육가공업체들도 수요 증가와 설 대목 등에 대비해 도축량을 늘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소 도축량은 올해 11월까지 97만3천366두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88만6천987두보다 9.7% 늘었다. 돼지 도축량도 같은 기간 1천277만1천 두에서 1천471만4천 두로 15.2% 증가했다.

◆수산물 시장은 회복 기미

9일 오후 포항 죽도어시장의 횟집골목에는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요란했다. 어쩌다 손님이 가게에 들어서면 들뜬 목소리로 손님을 맞이하기 바빴다. 죽도어시장의 횟집 주인 김인현(42) 씨는 "올여름부터 손님 구경도 하기 힘들었는데 겨울이 되면서 조금씩 늘고 있다. 성수기 때보다 지금이 더욱 힘이 난다"고 즐거워했다.

사상 최대의 불황을 겪었던 경북 동해안 수산물 시장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아직 예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오랜 불황을 겪어온 상인들에게는 가뭄 끝에 만난 단비나 다름없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어종의 생산량 및 판매금액은 각각 5천29t, 169억4천600여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생산량은 3%, 판매금액은 18% 정도 줄어드는 데 그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영덕지역은 올해 생산량과 판매금액이 각각 1만7천193t, 443억4천100여만원으로 전년 동기에 기록한 1만4천476t, 437억800여만원에 비해 오히려 각각 19%와 1%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평균수온이 평년에 비해 1~1.3℃가량 높아 주요 어종인 청어와 삼치가 서식하기 유리한데다 부진했던 오징어 어획량이 지난달부터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영덕'김대호기자 봉화'마경대기자 황희진기자 안동'권오석기자 포항'신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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