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예약 절반 뚝↓…식당가 아우성

입력 2013-12-11 10:43:43

경기 불황에 선거 몸조심, 모임 있어도 소규모 위주

연말을 맞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가 열리고 있지만 정작 식당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지속적인 불경기로 행사 규모를 줄이거나 예전처럼 술자리 위주의 송년회가 점차 감소해 송년회 단골 장소인 대형 식당이나 호텔 연회장은 손님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대형 호텔들에 따르면 이달 송년회 예약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대구 인터불고 호텔의 경우 송년회 관련 식당과 연회장 예약이 주말은 모두 완료됐으며 평일도 일부 날짜만 남아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예약률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행사의 규모나 참가자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회사나 단체 손님보다는 가족 단위 손님들의 예약이 늘었다. 호텔 관계자는 "송년회 예약은 확실히 경기를 많이 타는 편"이라며 "지난해와는 다르게 예약을 하더라도 규모를 축소해 예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반 식당들의 상태는 훨씬 더 심각하다. 대구 시내 대형 식당들의 송년회나 단체모임 예약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식당들은 "이번 겨울이 훨씬 더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대구 달서구 죽전동의 한 소고기 전문점은 "손님이 평소보다 늘지 않고 있다"며 "확실히 사람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로 인해 동창회나 기관'단체가 주관하는 큰 모임이 예년보다 규모가 줄어든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고, 일본 방사능 파문 때문에 생긴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으로 수산물을 취급하는 식당의 인기도 예년만 못한 상태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의 한 일식집 주인은 "지난해에도 선거가 두 번이나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올해는 '연말 특수'는 고사하고 평소만큼만이라도 손님이 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호텔이나 식당에서 송년회 특수가 사라진 것은 경기 불황과 내년 지방선거에 따른 행사 축소 등의 이유도 있지만 송년회 문화 자체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많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이 술자리 위주의 먹고 마시는 송년회 대신 문화행사 관람이나 직원들의 참여가 주축이 되는 송년회를 많이 기획하고 있어 자연히 호텔이나 식당의 송년회 예약이 뜸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대구백화점은 6일부터 총 5차례에 걸쳐 백화점 직영 직원과 브랜드 매니저 등 총 1천여 명이 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관람한다. 연말 모임을 술자리로 보내기보다는 뮤지컬 관람을 통해 직원들이 보다 품격 있고 소중한 연말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송년회를 하더라도 요즘은 대형 식당이 아니라 파티 플래너가 있는 작은 레스토랑을 빌려 이벤트가 있는 송년회를 즐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구 중구 삼덕동의 한 파티 전문 레스토랑은 올해 예약이 지난해보다 훨씬 더 많이 늘었다. 대부분 20, 30대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신청해 송년회를 치른다는 것. 이 레스토랑 관계자는 "하루에 한 팀만 예약을 받기 때문에 소란스럽지 않게 조용히 송년회를 보내고자 하는 단체 손님들이 예약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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