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트럭·승용차 이면도로 점령
고속도로 나들목과 톨게이트 인근 도로가 불법 주차한 화물차와 승용차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차된 차의 상당수는 화물차들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하기에 편한 데다 주택 밀집 지역이 아니어서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이 된 고속도로 인근 이면도로=10일 오후 2시쯤 동구 용계동 경부고속도로 동대구 나들목. 인근의 강변동서마을 아파트 앞 도로부터 율하교 사이 왕복 2차로 도로 양옆으로 주차한 차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700여m에 걸쳐 세워진 차의 60, 70%는 화물차였다. 1t에서 25t까지 다양한 크기의 화물차 짐칸에는 대부분 짐이 실려 있지 않았다. 나머지 승용차도 화물차 사이사이에 주차해 있었다. 오랫동안 세워둔 흔적을 띤 차들도 보였다. 바퀴에 녹이 슬었고 유리창으로 보이는 차 안은 먼지가 쌓여 있었다. 뒤쪽 화물칸에는 버린 지 오래된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다.
대구 차량뿐만 아니라 경북, 경기, 서울 등 외지 차량임을 번호판을 통해 알 수 있었고, 번호판이 없는 차들도 버려져 있었다. 이런 폐차들은 유리가 깨지거나 쓰레기를 싣고 있었다. 특히 폐차장 근처 도로에는 10대의 폐차가 있었다.
또 다른 문제는 주차된 차에서 버린 듯 보이는 쓰레기가 인도를 뒤덮고 있다는 것이다. 장갑과 카세트테이프, 라면 봉지, 쓰다 버린 자동차 부품조각, 상품을 포장했던 스티로폼 조각 수십 개 등이 버려져 있었다. 10여 개의 폐타이어도 도롯가에 방치돼 있었다.
밤과 새벽이면 주차된 차들이 운행을 시작하면서 내는 소음으로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오전 4~6시 사이 동서강변마을 아파트 앞을 지나가면서 경적소리를 울려대기도 한다. 특히 화물차들은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 엔진 예열을 위해 굉음을 내거나 공회전을 하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의 소음 피해는 더 크다. 톨게이트로 진입하기 위해 어두운 시간에 아파트 앞 도로를 지나다니면서 주민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용계동 주민인 박모(41) 씨는 "근처에 불법주차단속 플래카드를 걸어놓기는 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아 이사를 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주차단속을 하지 않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통행을 율하교 쪽으로 유도하던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5시쯤 수성 톨게이트에서 직선거리로 600여m 떨어진 월드컵로. 이 도로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불법주차한 차들이 점령해 있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자 톨게이트 방향에서 온 화물차가 하나 둘 주차를 했다.
25t 덤프트럭과 철제구조물을 실은 대형화물차, '재활용품 수집운반차량'이라고 글자가 새겨진 1t 화물차,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 콘크리트에 섞어 성질을 개선하는 물질인 '플라이애쉬'를 실어 나르는 탱크로리 차량 등 덩치가 큰 차량들이 1, 2차로에 걸쳐 세워져 있었다. 주차된 차가 세워져 있던 도로 바닥에는 차에서 떨어져 번진 기름얼룩이 군데군데 남아있었다. 인근 도로가 붐비거나 이른 새벽 시간에는 수성 톨게이트 출구 양옆 도로에도 차들이 주차해 사고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고속도로 이용 편해서" "단속이 능사는 아냐"=고속도로 톨게이트 근처에 화물차들이 주차를 하는 이유는 고속도로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이들 화물차 주인들은 대부분 차고지가 없거나 있더라도 화물을 싣고 내리기 편한 톨게이트 근처에 세워둔다. 대구 이외 지역에 차적을 둔 화물차는 대구로 화물을 싣고 온 뒤 다음 날 다시 화물을 싣고 가기 위해 대구에서 밤을 새운다. 이때 주차비와 숙식비 등을 아끼기 위해 고속도로 근처에 세워두고 차 안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화물차는 불법주차로 적발되면 10만~20만원의 과태료를 내지만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굳이 수만원씩 들여 사설 주차장을 이용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 또 톨게이트 근처에는 주택가가 밀집돼 있지 않아 구청의 단속이 소홀한 측면도 있다.
한 화물차 운전기사(47)는 "물류비 절감과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서 공단 등 화물수요가 있는 곳에 화물차량 등을 위한 공영 주차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나들목 인근과 분기점 공터에 주차장을 별도로 조성해 합법적으로 밤샘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청의 교통과 담당자들은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동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상습 주차지역에 단속예고를 알리는 현수막을 걸고 차고지 이외에 밤샘 주차한 차량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관할 지역이 넓어 모든 지역을 매일 단속하기 힘든 면이 있고 단속을 하더라도 돌아서면 불법주차를 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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