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권 '압타머 기술' 독점 "핏속 질환 단서 찾는다"
피 한 방울로 암을 비롯한 중대 질병을 초기에 검진할 수 있는 다중진단 기술의 개발은 가히 의료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같은 기술은 진단 방식 자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인데다 기술개발을 통한 상용화가 이뤄지면 자칫 뒤늦은 검진으로 위태로울 수 있는 환자의 수명을 정상인의 그것만큼 보장할 수 있는 획기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핏속의 단백질의 양과 변화를 통해 어떤 증상과 유사한지, 무슨 병인지,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파악하는 다중진단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연구 초기 단계이다. 미국 소말로직사는 2000년부터 이 분야의 핵심인 핏속의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찾아내는 분자 족집게(압타머)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해 이 분야의 선두업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텍이 이 분야에서 단연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텍은 소말로직사와 초기에 기술교류'사용권 협약을 맺고 꾸준히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원천기술 확보에서 상용화까지
생명공학 분야 연구에서 국내 첨단을 달리고 있는 포스텍은 다중진단 분야 리딩기관으로 우뚝 서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포스텍은 2000년대 후반 다중진단 분야 업체의 효시로 꼽히는 미국 소말로직사에 주목했다. 소말로직사가 질병진단 분야에서 영상진단과 유전자분석진단과는 다른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피검사를 통해 알아낼 수 있었던 증상은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빈혈이며, 혈당'간기능'혈액형'간염'당뇨 등으로 극히 제한됐다. 의료계는 그동안 핏속에서 빈혈이나 당뇨 외에 다른 중대 질환의 단서를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포스텍은 우선 소말로직사의 다중진단기술, 특히 분자 족집게기술에 주목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기술력 확보와 사용권 협약 등을 위해 수십억원을 투입했다. 우선 20억원가량을 들여 분자 족집게기술의 아시아태평양 사용권 협약을 맺고 아시아권에서 이 기술의 독점적 사용권을 확보했다. 이어 장승기 생명과학과 주임교수를 단장으로 한 연구단을 1년 동안 소말로직사에 파견해 분자 족집게기술을 익히도록 했다.
포스텍은 나아가 소말로직사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에 보태 지금까지 업그레이드된 자체 기술력 향상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립암센터, 서울아산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압타머사이언스라는 회사까지 창립해 다중진단기술의 상용화에 대비하고 있다.
◆다중진단 관련 인프라 탄탄
포스텍은 생명공학 분야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다중진단기술의 완벽한 실현과 상용화에 힘을 쏟고 있다.
포스텍이 질병 다중진단의 글로벌 리딩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분자 족집게기술이라는 다중진단의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의료'바이오 관련 연구인프라를 풍부하게 갖추기 있기 때문이다.
다중진단 연구장비로는 진단소재 합성'분리 장비, 바이오마커 발굴장비, 나노'융합 장비 등을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에 갖추고 있다. 또 연구시설로는 생명공학연구센터의 실험동물실과 분자다양성 특수시설, 나노기술집적센터의 바이오-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운영체제, 포항가속기연구소의 방사광가속기시설 등이 있다.
포스텍은 이 밖에도 한국로봇융합연구원(바이오'메디컬로봇 기술 개발 등), 뇌연구센터(신경성질환 치료방법), 국가핵심연구센터(NRCC), 시스템생명공학부(I-BIO),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등 의료'바이오 관련 핵심 인프라를 갖추고 있거나 다른 기관과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가 기초과학연구시설인 방사광가속기의 경우 신소재'신약'촉매 등 의료'바이오 관련 첨단 연구를 수행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는데다 첨단 의생명공학분야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설비이다.
포스텍 핵심 연구센터인 생명공학연구센터의 경우 생명공학 분야 국내 최대 민간 연구소로, 분자의약'식물 및 나노바이오 등 첨단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전문 센터이다. 포스텍 다중진단의 핵심 연구도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포항테크노파크 바이오정보지원센터도 지역 바이오 신산업 창출과 첨단 장비를 이용한 바이오 소재, 약효 분석 등을 담당하는 등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와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포스텍은 생명공학연구센터, 나노기술집적센터, 포항가속기연구소 등을 중심축으로 이들 기관의 연구인력과 장비 등을 활용해 다중진단기술의 실현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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