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브루엔 전파 과정 소개…"알려진 1905년 보다 6년 앞서"
'야도'(野都) 대구의 전통이 1899년 시작됐다는 기록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1905년 한국에 야구를 처음 전파했다는 기존 학설보다 6년가량 앞선 것이어서 학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중순(59) 계명대 한국문화정보학과 교수가 번역해 이달 말 출간 예정인 '40 years in Korea'(한국에서의 40년)에는 대구 남산교회를 설립하는 등 구한말 대구경북에서 활발한 선교'봉사활동을 펼쳤던 미국 선교사 헨리 M. 브루엔(1874~1959)의 야구 전파 과정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야구 관련 기록은 브루엔의 편지 등 관련 기록을 그의 두 번째 부인 클라라 브루엔이 정리해 1970년대 미국에서 펴낸 책 원본 곳곳에 나타난다. 일본을 거쳐 한국에 부임한 브루엔이 1899년 10월, 당시 약혼자였던 첫 부인 마사(Martha)에게 쓴 편지(원본 25~26쪽)에는 '해외선교부에서 추천한 장비 외에도 텐트, 천으로 된 접는 의자와 간이침대, 총과 탄약, 낚싯대와 낚시도구, 그리고 방망이'공'마스크'글러브 같은 야구 장비들, 테니스 라켓과 공, 캠프용 취사도구, 랜턴을 구입했다'는 내용이 있다.
또 1900년 1월 31일 그가 대구에서 마사에게 쓴 편지(원본 40쪽)에는 설날 풍경 묘사와 함께 '집에 오니 6명 또는 10명 정도가 더 있어서 테니스 라켓과 볼을 가지고 야구를 가르쳤다오. 그들은 한 사람씩 번갈아 가며 공을 치고 나는 공을 잡고 감독을 했지요'라는 구절이 담겨 있다.
특히 대구 동산병원 설립자인 우드브릿지 존슨 박사의 부인, 존슨 여사가 같은 해 3월 25일 쓴 '브루엔의 야구'라는 글(원본 46쪽)에는 '브루엔이 대구에 처음 왔던 것은 미국에서 막 도착했을 때였으니 아직 한국말도 할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린 소년들에게 야구를 가르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소년야구단을 시작했으니 한국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일이었습니다'라는 대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존슨 부인은 '소년들은 방망이로 공을 치는 데 버거워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기가 꺾이지 않도록, 아이들이 방망이를 쓰는 데 몇 가지 기술을 익힐 때까지 방망이 대신 테니스 라켓으로 대체하기도 했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대구남산교회 100주년 기념사업회'의 후원으로 2년간 번역'역주작업에 매달려온 김 교수는 "브루엔 목사가 처음 야구를 가르친 이들 가운데는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33인 가운데 최연소자였던 대구 출신 이갑성이 포함돼 있다"며 "대구경북지역 선교역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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