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미(대구 서구 내당동)
내가 시집가던 해, 우리 큰형님은 내겐 너무 커 보여 시어머니만큼이나 멀리 있는 사람 같았다. 큰아주버님이 그보다 더 멀리 있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7남매의 맏이이신 큰아주버님과 형님은 넷째로 그 집에 들어간 나에겐 너무나 멀고 큰 사람이었다. 하지만 결혼한 지 17년이 지나고 나니 큰아주버님도 형님도 단지 맏이일 뿐 크고 먼 곳에 있는 분들이 아니었다.
몇 해 전, 형님이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한 이후에 큰아주버님은 형님 뒤에 자주 서 계신다. 혹시나 힘든 일이라도 있으면 어느새 다가와 해결해주고 또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계신다. 경상도 사내라 무뚝뚝하고 말이 없지만 속정은 표현 안 해도 깊고 크다는 걸 알았다.
며칠 전, 형님이 전화를 하셨다. "동서는 김장 몇 포기나 하노?" 아직 친정엄마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얻어다 먹는다고 많이 먹어야 3포기 정도라고 말씀드렸다. "올해 셋째가 배추를 80포기 심었단다. 같이 김장을 하자는데 그 정도면 해서 보내줄게. 시간 되면 놀러 오든지"라고 하신다. 물론 평일에 김장을 하시니 내가 가 볼 수는 없지만 두 형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그저 감사할 뿐이다.
지난 추석 아주버님과 형님의 다정한 모습을 휴대폰으로 잡았다. 그저 시골에서 모자 하나 썼을 뿐인데 형님은 멋진 귀부인처럼 보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주버님의 웃음이 참 좋다. 김장해주심에 대한 감사로 사진을 인화해 드려야겠다. 건강하게 더 다정하게 지금처럼 웃으시라고….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김용기(대구 달서구 상화로) 님입니다.
◆응모요령
▷지상 백일장:시·시조·수필·일기 등. 수필·일기는 200자 원고지 4, 5장 분량.
▷우리 가족 이야기:원고지 4, 5장 분량. 사진 포함.
▷보내실 곳: weekend@msnet.co.kr 또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700-715) 매일신문사 독자카페 담당자 앞. 문의 053)251-1784.
'우리 가족 이야기'에 선정되신 분과 '지상 백일장' 코너 중 1명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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