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 모성애 강한 반려견

입력 2013-12-05 14:23:07

이른 새벽, 지인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개가 쥐약을 먹었는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으로 봐 몹시 흥분하고 긴급했던 모양이었다.

주인공은 8살 된 암컷 혼합종 '복실이'이었다. 2주 전 새끼 3마리를 낳은 반려견으로 가족 모두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보호자는 발정이 온 줄 몰랐는데 어느 날 보니 복실이의 배가 불러 있어 임신한 것을 알았다고 했다. 보호자는 복실이가 나이가 들어 발정을 하지 않아 임신을 못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필자는 보호자에게 개는 폐경기가 없고 생명이 끝날 때까지 발정이 오며 나이가 들면 출혈과 생식기가 많이 붓지 않고 무혈로 발정이 온다고 설명했다. 이참에 중성화 수술을 권했다.

검사 결과, 무엇을 잘못 먹어 그런 것이 아니고 분만 후 새끼강아지가 젖을 너무 많이 빨아 영양소의 불균형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산욕 마비'였다. 산욕 마비는 어미 반려견의 몸속 칼슘과 인의 불균형으로 발생한다. 새끼들이 젖을 너무 많이 빨아 어미 몸속 칼슘이 빠져나가 과호흡과 골격근의 경련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기간이 길고 시간을 지체하면 사망할 수 있는 질병이다.

산욕 마비는 분만 후 너무 일찍 임신을 했거나, 7년 이상의 노령견이 분만한 경우, 모견이 음식을 잘 못 먹어 영양에 문제가 있거나 자신의 신체에 비해 새끼를 너무 많이 낳은 경우 발병한다. 따라서 많은 새끼를 낳은 경우에는 어미에게 칼슘을 보충해줘야 한다.

새끼들은 분만 후 3일만 지나면 어미의 젖을 물고 잠을 자거나 평상시에도 젖을 물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주일이 지나면 젖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새끼들은 어미 젖에 집착한다. 따라서 모성애가 강한 어미는 산욕 마비가 잘 온다. 대부분 분만 후 2, 3주령에 산욕 마비가 온다. 밤에도 젖을 물리기 때문에 새벽에 산욕 마비가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분만을 한 모견에게는 반드시 칼슘이 많이 든 음식을 먹여야 한다. 새끼를 많이 낳은 경우에는 혈액검사를 통해 칼슘과 인의 수치를 보고 칼슘이 부족하면 칼슘제를 음식과 같이 주도록 한다.

그리고 생고기를 먹는 습관이 길들여지지 않은 모견은 새끼를 낳은 후 태반을 먹어 소화불량이 걸려 음식을 잘 먹지 못해 산욕 마비가 오는 수도 있다.

최동학(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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