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미, 기업하기 좋은 도시 거듭나야

입력 2013-12-04 07:10:48

구미시는 공단 규모에 비해 도시 규모가 작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이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렸다. 일자리가 부족하다며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때도 구미는 일손이 부족해 애를 태웠다. 그나마 있던 근로자도 열악한 정주 여건, 전반의 문화 인프라 부족으로 구미를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인력난은 고스란히 기업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돌리기만 하면 돈이 되는데, 돌릴 사람은 없고 미디어 매체에선 연일 일자리가 없다고 떠들고 있다.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의 자격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인력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 낮은 기업 규제, 적합한 입주 환경, 도시의 성장 가능성 등 복합적으로 평가해야 하지만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있어야 기업이 유지되며 고용 창출, 세수 확보, 국가와 지역 사회에 기여가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을 모으고 묶어둘 수 있는 게 바로 소비할 수 있는 인프라다. 하지만 구미시는 안타깝게도 사람을 머물게 할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 시민과 근로자가 구미에 정착하고 쉴 수 있어야 외부 인력도 유입되며 기업이 활기를 띠기 마련이다. 구미시에서 번 돈이 구미시에 온전히 돌아야 도시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앞으로 구미 국가산업단지 제5단지가 완공되면 약 20여만 명의 고용 창출이 이루어질 것이라 한다. 이곳에서 일할 근로자까지 생각하면 우리의 정주 여건과 사회 문화 시설은 심각한 수준이 아닌가 묻고 싶다. 그때 가서도 인력난에 허덕여야 하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구미상공회의소에서 넋 놓고만 있던 것도 아니었다. 구미상공회의소는 한국폴리텍대학 구미캠퍼스에 기능인력 양성과정(1년 120명 양성)을 개설했고,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을 유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논의 중이다. 구미와 대구를 잇는 광역전철망을 구축하려는 것도 인력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사람을 모으려면 몇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어렵지 않게 오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둘째는 외부 인력이 정착하는 데 무리가 없을 만한 정주 여건이 조성돼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내 잘 갖추어진 문화 시설이 있어야 한다.

주말이 되면 구미시는 사람의 온기가 가신 싸늘한 도시처럼 변한다. 시민 40만 명 중 근로자 10만 명이 모두 타 도시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나가지 않은 사람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유독 구미시 근로자만 멀리 나가서 놀기를 선호하거나 집에만 있고 싶어 하기 때문은 결코 아닐 터다. 문화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집 근처 산책로나 작은 공원이라도 있으면 도시락이라도 싸들고 나가 여가를 즐길 텐데 그런 시설조차 미비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앞서 말한 세 가지 조건을 우리 구미가 갖추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단언컨대 구미는 축복받은 땅이다. 인구가 강으로 양분된 도시는 전국에 단 두 곳, 서울과 구미뿐이다. 게다가 구미는 낙동강 등 수자원이 풍부하고 자연재해인 눈과 비, 태풍, 가뭄으로부터도 안전하다. 이만큼 정주 여건과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좋은 환경은 없다.

사람이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첫째는 구미와 대구를 잇는 광역전철망, 둘째는 타 지역 못지않은 새 주거지 환경 조성, 셋째는 대부분의 문화 시설을 어우를 수 있는 대규모 단지 구축이면 충분하다.

국내 최대 수출산업도시 구미가 이토록 인력난에 허덕인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정부에서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고용률을 올려야 한다고 할 때마다 구미 기업인들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외침은 늘 벽에 막혀 되돌아오곤 했다. 구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되묻고 싶다. 구미시는 정말, 기업하기 좋은 도시인가? 지금이라도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말이 통할 수 있도록 우리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김용창/구미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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