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기초자치단체들 "교육 예산 너∼무 부족해요"

입력 2013-12-02 10:51:27

달서·북구 교육국제화 특구 내년 정부 예산안서 빠져

대구시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교육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기초지자체는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됐지만 중앙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교육국제화특구 사업=대구 북구청과 달서구청은 교육국제화특구 사업을 야심 차게 계획하고 있지만, 뜻밖의 암초에 걸렸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국제 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대구 2곳(북구'달서구)을 포함해 인천 2곳, 전남 1곳 등 전국 5곳을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했지만 국비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구 사업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빠져버린 데다 특별교부금 지원도 장담할 수 없다.

이에 달서구청은 구비 3억9천만원을 특별 편성해 대구시교육청이 교육국제화특구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실용영어교육 강화 프로그램(3'2'1 Happy Together English) 운영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대구시교육청이 달서구 78개 초'중학교에 도입하는 실용영어 강화 프로그램 예산은 당초 교육부의 특별교부금과 구비를 매칭할 예정이었지만 특별교부금 지원이 계속 늦어지면서 구비부터 먼저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달서구청 평생교육과 관계자는 "국비가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판에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교육국제화특구의 대표적 영어교육 프로그램인 만큼 우선 예산 편성이 필수라고 판단했다"며 "내년이면 벌써 특구 사업 2년차인데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달서구청이 자구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교육국제화특구 사업 프로그램이 워낙 방대해 국비만 기다릴 경우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달서구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초'중등교육 ▷산업인력양성 ▷고등교육 ▷교육국제화 인프라 ▷사회적 배려 대상자 지원 등 5개 분야 19개 특구사업을 추진할 작정이었다.

북구청도 사정은 마찬가지. 내년에 4억1천여만원의 자체 예산을 투입해 주민 상대 외국어교육 프로그램 등의 사업부터 우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비가 투입되는 사업은 내년도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영어체험마을=대구 동구청은 2011년부터 이재만 동구청장의 공약사업인 영어체험마을을 시작했다. 매년 모든 초등학교 5학년생들이 대구경북영어마을에서 4박 5일간 무료 체험을 하고 있다. 올해도 3월부터 연말까지 19차례, 총 2천700여 명의 학생이 영어마을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대상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동구가 부담해야 할 예산은 늘어난다는 점이다. 동구의 초등학교 5학년생은 2011년 3천500여 명에서 매년 100~300명씩 줄고 있다. 그러나 동구청이 올해 영어체험마을 예산으로 투입한 돈은 5억8천만원. 본예산 3억8천만원에 추경예산 2억원을 더한 것이다. 추경예산이 본예산의 53%에 달하는 기형 구조다.

이런 기형적인 예산 편성이 나온 이유는 대구시가 대구경북영어마을에 매년 지원하고 있는 '영어체험학습비' 10억원에 의존해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을 대구경북영어마을에 참여시켜 일종의 선착순 성격인 대구시의 지원금 상당 부분을 선점하겠다는 것이 동구청의 복안이었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의 형평성 문제 제기로 동구가 올해 지원받을 수 있는 학생수는 290명(약 1억원). 내년에도 같은 규모로 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동구청이 부담해야 할 예산이 10억원이 넘는다. 사업의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동구청의 교육 예산 관련 문제는 또 있다. 대구 동구청은 2009년 대구일과학고 동구지역 유치 조건으로 대구시교육청에 지원키로 한 약정금 50여억원을 2년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 결국 대구시교육청은 법원에 '약정금 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지난달 최후 통첩장을 보냈다.

◆영어연수=대구 서구청은 지난해 6월부터 청소년 교육 국제교류 사업을 해오고 있다. 역시 구청장 공약사업이다. 그동안 서구지역 학생들은 과도한 금전적 부담으로 해외연수 기회가 적어 기회를 관이 제공한다는 명분이다. 항공료 등 최소 비용을 들여 무료 홈스테이 방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필리핀 3개 학교, 싱가포르 5개 학교 등이 대상 지역이다. 한 번에 짧게는 2박 3일, 길게는 6박 8일 일정으로 서구의 초'중학생이 현지 학생들과 공동 수업을 하는 것은 물론 문화행사 체험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내년부터는 비동남아권 지역인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 학교, 미국령 괌 지역 학교, 호주 등과도 교류를 시도하겠다는 게 서구청의 복안이다. 그러나 사업 시행 이후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사업에 참가한 학생수는 140명 남짓. 100만원이 넘는 비싼 항공료 등을 부담할 수 있을 만큼 서구지역이 넉넉한 형편이 아닌 탓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영어 연수 기회 확대도 명분이었지만 정작 저소득층 학생은 15명 정도로 참가율이 저조했다.

문제는 내년 계획이다. 미국 콜로라도 등지에 한 달 일정으로 교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100만원 남짓한 비용에 참가율이 떨어지는데 과연 한 달 일정에 몇 명의 학생이 참가하겠느냐는 것이다.

김태진'서광호'이화섭기자

※교육국제화특구=교육부가 지역의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지역 단위의 교육 국제화 선도모델을 만들어 내겠다는 목표로 추진해온 사업.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대구 북구와 달서구를 비롯해 인천 연수구'서구'계양구, 전남 여수시 등 5개 지역을 교육국제화특구로 선정해 지역별 여건과 특색에 따라 특화모델로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교육부에 제출했던 특구 지정 신청서에 따르면 2017년 영어 능력을 기본으로 중국어 교육을 강화한 국제고를 개교한다. 이에 앞서 2016년에는 통상 실무 전문가를 양성하는 글로벌 국제통상고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그 외에도 글로벌 창의교육과정 운영, 초등 방과 후 통합 영어교육 실시, 대구경북 대학컨소시엄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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