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무지 공장마다 납품 포화…소금 뿌려 땅 속 저장 '눈물'
1일 오후 고령군 개진면 부리. 무 생산지로 이름난 이곳에 이색 광경이 펼쳐졌다. 대형 트럭들이 무밭을 오가면서 실어 나른 무 포대 수백 자루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주위에는 문화재 발굴 현장처럼 커다랗고 반듯한 구덩이가 여러 개 보였다. 구덩이 속에는 무가 셀 수도 없을 만큼 꽉꽉 들어차 있었다. 굴착기가 무 포대를 들어 올려 구덩이 속으로 무를 쏟아부으면 일꾼들이 무 더미에 올라가 소금을 뿌리거나 무 더미를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이 반복되고 있었다. 농민 서너 명이 팔짱을 낀 채 어두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쯤이면 수확이 끝나고 텅 비어야 할 들판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이 마을 무 재배 농가 10곳은 해마다 단무지 공장에 안정적으로 무를 공급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무 농사가 대풍작을 맞는 바람에 단무지 공장마다 무가 포화 상태에 달해 납품이 불가능한 상태다. 수확이 이곳보다 보름 정도 빠른 안동 등 북부지방에서 출하된 무가 단무지 공장 창고를 점령하고 있어 빈자리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이 마을 농민들은 고육지책으로 무가 얼기 전에 소금에 절여 땅속에 임시로 저장하기로 하고 10t 트럭 4대, 굴착기 1대, 일꾼 14명을 동원해 일주일째 이 작업을 진행 중이다.
농민 최해동(52) 씨는 "30년째 무 농사를 짓고 있지만 땅을 파서 무를 보관하기는 처음"이라며"갈아엎기보다는 생산비라도 건질 요량으로 일단 보관해 놓고 단무지 공장과 협의해 가격을 낮춰 처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을 들판 한곳에 쌓은 무 포대는 실로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다. 최 씨는 셀 수는 없지만 모두 합치면 800t쯤 된다고 했다. 무 포대 1자루가 600㎏이니 무 1천300여 포대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들판에 고스란히 머물고 있는 셈이다. 산지 폐기처럼 '풍년의 역설'이 낳은 또 다른 모습이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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