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이버이즘(Godivaism)은 상식과 관행을 뛰어넘는 논리나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자기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회 통념이나 관습마저 초월해 실천하는 용기를 말할 때 쓴다. 이 용어는 11세기 잉글랜드 중부 코번트리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레이디 고다이버(Godiva) 설화에서 비롯됐다.
당시 코번트리 농민들은 영주 레오프릭의 가혹한 세금 징수로 고통받았는데 이를 불쌍히 여긴 영주의 부인 고다이버가 세금을 줄여달라고 간청했다. 영주가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애원이 거듭되자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뜻대로 해주겠다고 조건을 내건다. 이 소문이 돌자 주민들은 존경의 표시로 집안에 머물며 창문을 모두 가렸다는 이야기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재단사 톰만 문에 구멍을 내고 훔쳐보다가 눈이 멀었다는데 관음증의 대명사가 된 '피핑 톰'(Peeping Tom)의 유래다.
1792년 코번트리 지방이 속한 영국 워릭셔 주가 발행한 하프페니 동전 문양에 레이디 고다이버가 등장하는데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라는 라틴어 문장도 함께 새겼다.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이 문장은 어려운 처지의 농민을 위해 알몸을 기꺼이 드러낸 고다이버의 숭고한 정신을 함축한 것이다.
이를 줄여 쓴 프로보노는 원래 법조계의 무료 변론 활동을 지칭한 말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규약에 회원의 연간 30시간 무료 변론 의무를 규정한 것도 공익의 실천을 강조한 것이다. 공익을 위해 전문 재능을 제공하는 프로보노 활동이 최근에는 경영 컨설팅, 교육, 기술, 세무, 의료, 건축, 마케팅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어저께 대구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은퇴 공무원의 사회적기업 경영 지원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식'도 프로보노의 실천적 확산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다. 전문직 은퇴 공직자들이 기반이 약한 사회적기업에 재능을 기부하는 전국 최초의 프로보노 사례라고 한다.
'프로보노 허브'는 현재 경영 분야 국내 프로보노 활동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07년부터 매년 평균 100개 이상의 사회적기업에 무료 경영 자문을 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현장 실무를 경험하면서 전문성을 쌓아온 은퇴자들이 재능을 묻어두기보다 이를 사회적 자원으로 끌어내 공동체 가치와 공익을 적극 실현해 나간다면 더불어 사는 사회에 한층 가속도가 붙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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