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살해사건 발생 이후 부모들 자녀 신변 노심초사
박모(55'대구 수성구 지산동) 씨는 28일 호주 브리즈번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딸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이달 24일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간 한국 여대생이 현지인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살해당한 여학생이 살던 곳이 딸이 대구를 떠나 살게 될 브리즈번이라 더욱 걱정이 크다는 것. 박 씨는 "딸은 아무런 걱정도 없이 '괜찮다. 조심하면 된다'며 날 안심시켰지만 그래도 부모 마음이 쉽게 놓일 수 있겠느냐"며 "어떻게든 딸과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떠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요즘 걱정이 많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던 한국 여대생의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유학원에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유학원 측은 부모들과 상담을 받으러 온 학생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진땀을 흘리고 있다.
유학 업계 등에 따르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출국하는 한국인은 연간 5만 명가량이며 워킹홀리데이를 가장 많이 가는 호주의 경우 시드니와 브리즈번, 멜버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국인 3만5천여 명이 일하고 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알선하는 유학원들은 살인사건 이후 호주의 안전문제를 걱정하는 상담을 많이 받고 있다.
대구시내 한 유학원은 "유학생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호주는 안전한가' '호주에 자식을 보내도 괜찮은가'라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그때마다 '호주는 그래도 안전한 편이니 마음 놓으셔도 된다'고 설명드린다"고 말했다.
유학원 관계자들은 밤 시간대를 피해서 다닌다면 큰 사고는 없다며 상담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한 유학원 상담사는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시간대가 새벽 4시쯤으로 알고 있는데 이 시간대는 우리나라도 위험하지 않으냐"며 "현지에 가서 밤 시간대만 피한다면 사고를 당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학생들이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범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강도'폭행'사기 등 총 108건의 피해 사건 중 99건이 호주에서 일어났다. 올해 발생한 총 54건의 피해 사례 중 호주는 47건을 차지했는데 이 중 폭행 사건은 15건이나 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호주에서 유난히 범죄가 많은 것은 아니고 참가자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그에 비례해서 사건 사고도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하는 일 대부분이 육체노동이나 허드렛일이고 일을 마치면 밤이나 새벽 시간대가 되기 때문에 항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학생들의 지적이다.
몇 년 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가 돌아온 이모(31'대구 북구 복현동) 씨는 "영어를 배우러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었는데 막상 가서 한 일이라고는 농장에서 체리나 블루베리를 딴 것밖에 없었다"며 "게다가 호주는 아직도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을 얕잡아보는 분위기가 커서 범죄의 표적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워킹홀리데이를 가고자 하는 국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은 뒤 떠나야 하고, 목적을 '영어 실력 향상'에 둘 것인지 '경험 쌓기'에 둘 것인지를 확실하게 정한 뒤 떠나야 실패가 없다"고 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키워드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여행 중인 방문국에서 일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관광비자로는 외국 현지에서 취업을 할 수 없지만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일을 하면서 부족한 여행 경비 충당도 가능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나이 이외에 별다른 신청 제한도 없어 대학생들에게는 어학연수와 함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참가자 숫자 제한이 있는 다른 나라와 달리 호주는 참가자 수를 제한하지 않아 워킹홀리데이를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인기가 많고 참가자 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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