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빅토리아 클림비

입력 2013-11-28 11:10:31

2000년 2월 24일 영국 미들섹스 주 성 마리아 병원 중환자실에 아프리카 아이보리코스트 출신의 8세 소녀 빅토리아 클림비가 실려 왔다. 소녀는 저체온증과 장기 손상, 영양 결핍으로 의식을 잃고 있었다. 소녀는 병원에 실려온 다음 날 끝내 숨졌다. 검시 결과는 끔찍했다. 그녀의 몸에서는 128군데의 상처가 발견됐다. 검시의는 "평생 이런 상처를 본 적이 없다"며 진저리를 쳤다. 담뱃불로 지진 자국, 밧줄로 묶어 24시간이 넘도록 방치한 흔적, 자전거 체인이나 와이어로 때린 상처들로 온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클림비가 죽은 날, 경찰은 클림비의 이모할머니 쿠오와 그녀의 남자친구 매닝을 체포했다. 이들에게는 살인죄와 아동학대죄가 적용됐다. 이들은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8세 소녀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쿠오와 매닝은 지금 죽어서야 교도소를 나올 수 있는 신세다.

소녀의 죽음이 알려지자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 소녀가 죽기 전 여러 아동 보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자 충격은 더했다. 영국 정부는 즉각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기관들이 제대로 활동했는지, 병원과 경찰은 제 역할을 했는지 등을 모두 조사했다. 그리고 아동 보호 프로그램의 바이블이라 할 클림비 보고서를 내놨다.

최근 울산시 울주군에서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계모의 학대를 받던 8세 소녀가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져 숨진 사건이다. 검찰이 이 소녀를 수년 동안 학대해 온 계모를 처음으로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소녀의 생모가 살인죄 기소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수많은 시민들이 서명운동을 벌이며 동참한 결과다.

같은 날 법원은 8세 의붓아들을 베란다에 감금하고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에게 학대치사죄를 적용,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역시 10세 의붓딸에게 소금과 대변을 먹이는 등 학대하다 소금 중독으로 숨지게 한 계모에게 학대치사죄를 적용,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중형을 선고했다는 입장이다. 엄벌에 처했다고도 한다. 이런 처벌을 중형이라거나 엄벌에 처했다고 받아들일 국민은 많지 않다. 마침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관련 기관들이 울주 아동 사망 사건 진상 조사와 제도 개선 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한국판 클림비 보고서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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