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특검 못받아" 야 "꽉 막힌 정당"

입력 2013-11-28 10:30:17

여야 4인 회동 합의 불발

"꽉 막혀도 너무 막혔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요즘 국회에서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사말처럼 내뱉는 걱정이다. 여야의 대치 정국이 올해 안에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27일 오후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참가한 '4인 회동'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이 났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특검,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 등 2대 현안에 대해 막판 절충을 시도했지만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국은 더 깊은 대치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커지게 됐다.

최경환'윤상현 새누리당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와 민주당 전병헌'정성호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은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 문제와 관련해서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설치를 우선 협의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했지만, 민주당 측이 특위와 특검을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결렬됐다.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문제도 새누리당은 28일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 처리할 것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해야 황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나설 수 있다며 맞서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로서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가진 당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끝난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당 중진 의원 모두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특검은 절대로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했었다.

다른 핵심 당직자는 "특검과 인사 문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으니 야당이 우리와 대화하려면 다른 방법을 골라야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한 번 안 된다고 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야당 스스로 깨닫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정국 정상화 기회를 걷어차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특검 관철, 복지부장관 후보자 사퇴 요구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국 정상화를 위해 여야가 협의하자는 제안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여당은 우리 정치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별난 여당"이라며, "새누리당은 정국 정상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지 말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특검 도입과 문 복지부장관 후보자 사퇴는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딱 잘랐다. 다른 당직자도 "예산'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는데, 여권이 특검을 수용하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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