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고3 교실…인문계 웃고 자연계 울고

입력 2013-11-28 09:32:48

이과 점수 하락폭 커, 정시 전략 수정 수험생 많아

대구 혜화여고 자연계열 3학년 A양은 27일 수능시험 성적표를 받아 들고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모의고사를 치를 때는 성적이 380점대 후반이었는데 수능 성적은 376점으로 약 10점 하락했기 때문. 이에 따라 정시모집 지원 전략을 수정, 당초보다 하향 지원할 생각이다.

"탐구 영역에서 점수를 많이 까먹었어요. 수시모집 때는 서울대와 고려대 의예과에 지원했는데 불합격할 경우 정시모집에선 계명대 의예과와 수도권 의예과에 지원할 계획입니다. 기대보다 성적이 안 나와 고민이 커요."

27일 수능시험 성적표가 학교 현장에 일제히 배부된 가운데 고3 교실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인문계열 시험에 비해 자연계열 시험이 어려웠다는 분석대로 인문계열보다 자연계열 학생들의 표정이 밝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자연계열 학생들은 지원 전략을 다시 짜느라 고민이 크다. 대륜고 B군의 모의고사 성적은 평균 360점 초반대. 하지만 이번 수능에선 326점으로 떨어졌다. 수시에서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등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집중 지원했고, 정시에서도 비슷하게 지원할 생각이었는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B군은 "영어는 평이했는데 수학이 어려워 애를 먹었다"며 "아무래도 정시에선 서울 중상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에 원서를 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혜화여고 자연계열인 C양도 20점 가까이 점수가 하락했다. 평소 모의고사 점수가 345점 내외였는데 수능 성적표에 기록된 점수는 326점에 머물렀다. C양은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 같다"며 "수시에서 경북대 상위권 학과와 서울 중상위권 대학에 지원했는데 불합격하면 정시 때 경북대 중위권 학과 이하에 원서를 낼 생각"이라고 했다.

반면 인문계열 고3 수험생 가운데는 성적표를 받은 뒤 웃음을 짓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혜화여고 박재완 교사도 "중위권 이상 수험생 중 자연계열은 문제가 까다로웠던 탓에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학생이 많았던 반면 인문계열은 시험이 평이하게 출제되면서 표정이 밝은 학생이 여럿 눈에 띈다"고 했다.

대건고 D군과 대륜고 E군의 수능 성적은 390점을 웃돈다. 모의고사 때와 별 차이가 없는 성적이어서 기존에 세운 입시 전략에도 크게 손을 댈 일이 없다. 수시에서 D군은 서울대와 연세대 경제학과, E군은 같은 대학 경영학과 등에 원서를 냈는데 정시 때도 목표는 같다.

정화여고 F양은 모의고사 때(380점 중반)보다 수능 점수가 올라 392점을 기록했다. 덕분에 입시 전략을 수정, 상향 지원을 고려 중이다. F양은 "수시에서 연세대 경영학과에 지원해 논술고사까지 치렀는데 불합격할 경우 정시에선 서울대 사회과학대 쪽으로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송원학원 차상로 진학지도실장은 "수준별 수능 도입으로 정시에서 합격 가능성을 예측하기가 힘들어졌다"며 "면접 등 수시모집 남은 일정을 충실히 소화해 가급적 수시에서 합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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