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층수 쑥쑥… 대구 고층건물 사고 무방비

입력 2013-11-27 10: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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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30층 넘는 곳 36곳…항공기 충돌방지 점검 나간 적 없어, 화재

고층화재 진압용 굴절차. 매일신문DB
고층화재 진압용 굴절차. 매일신문DB

대구지역 고층건물들이 화재와 항공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대구는 고층건물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하늘의 암초' 초고층건물=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내 30층 이상 고층건물은 총 36곳이다. 이 중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와 두산동 SK리더스뷰는 5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다. 초고층빌딩은 '하늘의 암초'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행법상 초고층건물 충돌방지대책이 건물 꼭대기에 깜빡이는 항공장애표시등을 부착하는 것밖에 없다. 항공법에 따르면 높이가 150m 이상인 건축물은 항공장애표시등을 부착하도록 돼 있다. 또 국토교통부 고시는 야간뿐만 아니라 주간이라도 안개나 눈'비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있는 시정거리가 5천m 미만인 때에도 항상 항공장애표시등을 점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내 고층건물의 경우 주간에도 켜 놓을 수 있다는 조항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한 고층건물 관리사무소 측은 "저녁 시간에만 자동으로 켜지도록 설정한 것 이외에는 따로 주간에 켠 적은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 등 행정 당국은 고층건물 안전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고층건물에 설치된 항공장애표시등은 공항 반경 15㎞ 이내의 지역은 부산지방항공청 대구공항관리소가, 이외 지역은 대구시에서 관리하게 돼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한 번도 항공장애표시등 점검을 나간 적이 없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시에서 항공장애표시등을 점검하러 나간 기억이 없다"며 "관련 규정과 고시 내용 등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구에 고층건물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어느 곳에 얼마나 높은 건물이 있는지 알 수 있는 항공지도조차 없는 실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가 관리하는 시스템상에 건물의 높이나 층수를 기록한 지도와 데이터는 존재하지만 이를 일반적으로 공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화재진압 장비도 부실=고층건물 화재진압 장비 또한 부실하다.

201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고층 건물들의 화재에 대비한 대책은 대구소방본부가 보유한 소방헬기 2대뿐이고 화재 진압 장비인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차 등을 통틀어 지상 장비가 가장 높이 도달할 수 있는 층수는 17층(52m)에 불과하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국정감사 이후 고층건물 화재에 대한 대책은 장비 보강보다는 법령을 보강하고 훈련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초고층건물에 화재가 나면 고가사다리차를 이용해 불을 끄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현재 초고층건물 화재 대책은 대부분 화재 관련 설비를 법으로 규정하고 초고층건물에 대한 화재진압 가상훈련을 자주 하는 쪽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직도 우리나라 고층건물의 방재시설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경일대 공하성 교수(소방방재학부)는 "2010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주상복합건물 화재 이후 '고층건축물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방재시설을 대폭 확충했지만 아직도 시민들은 고층건물의 재난발생 시 유일한 대피수단으로 계단을 이용하거나 옥상으로 대피하여 헬기의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며 "선진국처럼 비상용 엘리베이터 설치의 법제화나 고층건물 대피 요령을 교육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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