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우리 민족과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가를 수 있는 격변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한반도의 남과 북, 그리고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등 4개 국가가 모두 변화의 시기, 리더십의 변동기를 맞았다. 대한민국에서는 총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북한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김정일 위원장 탄생 70주년)을 맞아 3세대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가 있었으며 미국도 대통령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었고, 중국은 시진핑을 정점으로 한 5세대로의 권력 승계가 이루어졌다. 이와 같이 한반도를 둘러싼 2(남한'북한)+2(미국'중국) 4개국 모두가 권력 이동기이다 보니, 작은 충격에도 균형이 깨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불안정한 때인 만큼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과 외교 노선은 국제 정세에 맞게 재정립되어야 한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은 구체적 내용이 모호한 원론적 이론에 불과하여 구체적으로 성과물을 낼 정도의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두 번째로 '국가 안보는 완벽하게, 대북 정책은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간 비밀 대화 채널은 유지되어야 한다. 특히 큰 실익 없이 북한 체제를 비난하고 북한 정권의 붕괴를 시도하는 듯한 정부 차원의 심리전은 자제해야 한다. 정부 여당 지도자들의 북한 체제에 대한 감성적 비판 발언도 자제할 줄 아는 전략적 자세가 절실하다. 예를 든다면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8일 육'해'공 합동 임관식 석상에서 "북한 주민이 굶주리는데, 핵무기 등 군사력만 집중한다면 결국 자멸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 당장 북한의 이 발언에 대한 반응이 북한인민무력부 대변인의 "청와대 안방에서 일으키는 독기 어린 치맛바람"이라는 말로 돌아왔음을 직시해야 한다.
세 번째는 대중국 외교의 대폭적인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친미 일변도 외교를 지양하고 중국의 아시아에서의 지도적 위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 핵의 제거와 도발 중지를 보장해줄 것을 강력히 설득해 나가야 한다. 이미 중국이 G2로 부상한 만큼 중국이 반대하는 한, 북한이 급격하게 붕괴되는 경우에도 한반도가 남한 주도 친미 정권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됐다.
네 번째는 미국과는 조용하면서도 치밀한 협상을 통해 북핵 제거 완료 시까지 철수한 미국 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추진하거나, 아니면 한국의 독자 핵 개발을 용인받아야 한다. 이에 앞서 신속한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핵 원료 재처리와 농축이 가능해져야 한다. 또 한'미 미사일협정도 개정해서 현재 800㎞로 돼 있는 제한 거리를 3천㎞로 늘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시급하다. 역사 문제는 원칙적으로 대응하되 안보 문제는 유연한 자세로 일본과 협의해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 후방 보급로의 안전한 확보를 위해서도 그렇고 북핵 문제의 공동 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를 근거로 한 박근혜정부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견제하는 전략을 수정하여 G2 체제를 인정하게 하고, 중국이 북한을 자제(북핵'도발 포기)시키도록 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도 마땅치 않고 재정적 징계를 통한 북한 목조르기도 사실상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동시에 박근혜정부는 북한에 대하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와 북한 체제 인정, 서방의 대폭적 경제지원 등을 구체적 큰 그림으로 동시에 제안하여 일괄 타결할 것을 마지막으로 설득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 일본과 북한의 외교관계 수립과 서방 국가의 대폭적 경제 지원 약속까지도 더해지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100여 년 전 조선 말기, 세계의 중심 패권이 이미 영국'미국으로 옮겨진 것도 모르고 여전히 친중국 정책에 치중하다가 결국 망국과 식민지로 전락한 것처럼, 이미 세계가 G1 체제에서 G2 체제로 변화하고 있고 북한이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냉엄한 현실을 무시하거나 보지 못하고 옛날의 사고방식과 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박철언/전 대통령 정책보좌관·전 체육청소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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