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낙하산은 안돼야"

입력 2013-11-25 11:02:42

朴공신 김원길 지명설에 발끈…"3년뒤에도 정권따라 또 바뀌나"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이달 15일 사의표명을 공식화하면서, "사의표명 배경에 외압이나 외풍은 없었다"고 말했다. 4년여 전 이구택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한 "외풍, 외압이 아닌 새로운 리더십을 위해 사의를 표명한다"란 말과 닮았다.

정권 출범 시기에 맞춰 포스코 CEO가 교체되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고, 사퇴의 변도 비슷하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가 끝나는 3년 뒤에도 포스코 회장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어떤 이유에서 회장이 바뀌었든 간에 정부 입김이 배제된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포스코 전 임원은 "정권 입맛에 맞는 회장이 온다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없다. 시장의 신뢰도 회복할 수 없을 것이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게 뻔하다"며 "원칙과 신뢰를 중요시하는 박근혜정부 때 정권에 의한 회장 교체의 악순환을 끊을 필요가 있다. 앞으로 회장 교체는 경영성과나 도덕성 등과 같은 투명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최근 일부 수도권 언론이 정부가 차기 포스코 회장에 김원길 국민희망서울포럼 상임고문을 지명했다는 보도에 대해, "포스코의 미래를 위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과 진념 전 부총리 등 거론되고 있는 정치권 인사들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 14'15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16대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활동한 김 고문은 김대중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2007년부터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캠프활동을 하며 박 대통령 당선에 공신역할을 해 청와대의 대선 논공행상에서 1순위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철강업계의 경력이 없는 인물이 회장에 앉는다면 포스코 경영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철강업계의 불황으로 전문경영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에, 그것도 2000년 민영화 이후 외부인사가 수장으로 온 적이 없는 포스코에 정부인사가 온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재계 서열 6위인 세계적 기업 포스코가 또다시 정권의 전리품이 된다면 세계 경영인들조차 웃을 것이라는 게 포스코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말이다.

포항지역 한 상공인은 "철강업계의 장기불황을 이기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포스코를 잘 아는 인사가 와야 한다. 낙하산이 아닌 포스코 전문인이 수장으로 와야 외부청탁에도 자유롭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다"며 "포스코의 현 상황을 감안한다면 시급한 현안을 신속하게 결정하고 처리할 CEO가 필요하지, 정권 입김으로 와서 3년 정도 누리다 가면 그만인 인사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3분기 영업이익은 6천328억원으로 4분기 연속 1조 클럽 달성에 실패했고, 영업이익률 역시 2008년 15.9%에서 지난해 5.1%로 급락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의 극대화와 신소재, 에너지, 해외 매출 비중 확대 등을 이끌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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