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복지의 아버지는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1863~1945)이다. 로이드 조지는 선거 때는 노령연금의 도입을 공약했으나 선거 이후 신중하게 돌아섰다. 당시 보어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났으니 아직 노령연금을 실시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내각은 막 탄생했고, 국고는 텅 비었으니 노령연금을 서서히 추진하자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잊지는 않았다. 재무장관이 되자 로이드 조지는 '국민의 예산'(1909년)을 제출했다. 고아'어린이'병자'실업자 등을 위한 복지 재정인 '국민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증세를 도입했다. 노령연금과 독일에 맞설 군함을 갖추려면 세금을 더 걷어야 했다. 증세는 전방위적으로 전개됐다. 근로소득이 3천 파운드가 넘으면 파운드당 6페니씩 슈퍼세(Super tax)를 내야 했고, 개발 토지가 오르면 땅값 인상분에 지가 상승세 20%를 가했다. 값이 오른 미개발 토지에도 가치세를 내게 만들었다. 귀족은 '재산권의 종말'이라 반발했고, 보수당은 '자유주의의 종언'이라 고함질렀다.
절대 빈곤을 없애기 위해 건강보험과 실업보험을 묶은 국민연금보험법 제정도 주장했다. 연금은 받을 수혜자도 일정액을 내는 기여분 방식으로 진행됐다. 100년 전 영국처럼 우리는 지금 복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나라 살림 357조 7천억 원(2014년 예산안)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100조 원대 복지 예산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라를 말아먹을 수도, 보편적 복지로 가는 디딤돌을 마련할 수도 있다.
영국의 로이드 조지처럼 한국판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오리라 기대되던 '실무형 복지통'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법인 카드 사용에 발목 잡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절, 조 모 교수'여성 책임 연구원 등 과제 관련 연구진 9명과 저녁을 먹고 결제(40만 원)를 한 레스토랑이 불법 유흥 접객원을 고용했던 업소라는 것이다. 음식점이 불법 종업원을 고용했는지 안 했는지 손님이 어떻게 알 수 있나? 소가 웃을 정치 공세이다. 문 후보자가 아들과 부인 생일 때 호텔에서 법인카드를 쓴 게 사실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연금 개혁에 대한 전문성과 인품에 대한 평판이 문 후보자를 잃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지난 21일 미 상원은 과반 의석을 넘으면 단독으로 장관 인준이 가능하도록 법을 바꾸었다. 공직자 인준(대법관 지명자 제외) 시 고의적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절차 표결'에서 가결 정족수 60명(정원 100명, 60%)에서 51표'과반수로 낮췄다. 집권 여당과 대통령이 책임지고 정치를 펴보라는 의미이다. 대한민국은 그게 되지 않는다. 만인만색의 정치 과잉 시대에 과반의 선택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도 사퇴하라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일부 사제들이 들고 나서는 사태까지 터졌다. 신자들의 항의 전화를 받느라 교구마다 난리도 아니었다
정권 교체 희망 60% 대로 나섰으나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 민주당은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거나 확대 과장하거나 성급하게 오도하여 정치 염증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그런 민주당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말없는 다수의 심경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정권 교체는 백년하청이다. 연평도 포격에서 숨진 고 문정욱 일병의 뒤를 잇기 위해 후배가 무려 21명이나 해병대를 지원한, 그 푸른 젊음만큼이라도 나라를 생각하고 정치를 정화시켜 주기를 바란다.
민주당은 광장의 촛불유도가 아닌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정도(正道) 정치를 펴면서 정권을 되찾기 위해 외연과 관심과 달라진 표심을 읽어야한다. 1번 박근혜를 찍으면 5년 내내 답답하리라고 느낀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번 문재인 아닌 1번 박근혜를 선택한 이유는 진보적인 경제관과 보수적 안보관이 일거리와 안정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 유권자들의 심리를 읽고 민주당은 정치에 대한 관점과 행태를 확 바꾸어야한다.
장관 인준을 집권 여당의 손에 넘겨준 미국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집권 동안 나라를 다스리게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차기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할 정책 발굴과 대선에서 수권할 태세를 갖춰나가야한다. 그렇게 통 큰 야당이라야 '제19대 대선 고시'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과도한 투쟁 일변도식 발목잡기 야당으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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