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바로 알기] <5>우울증의 끝은 '자살'

입력 2013-11-25 07:53:43

죽고만 싶은 내 인생, 상담전문가 찾아 정신재활을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쯤 '우울증'이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는 질환 중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울증이 2020년 '미래 질병 1위'로 등극한다면 암과 같은 육체적 질병으로 인한 사망보다 우울증 사망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우울증의 최종 결과물은 자살로 표출되는 만큼 심각한 질병인 것이다.

-'꼭 알아야 하는 미래 질병 10가지' 중에서

◆절망 속에서 외롭게 보내던 하루하루

혼자 살고 있는 내게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몸이 아파서 하루도 약 없이 살 수 없고, 편히 잘 수도 없다. 20년 전부터 심한 우울증으로 정신과에 다니면서 우울증 약을 먹고 있었고, 한쪽 다리 수술 후 다니는 것조차 불편해 집에서만 생활하는 일이 많았다. 기초생활수급자로 겨우 먹는 것을 해결하고,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추위와 더위를 피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쉰이 넘은 나이에 하루하루 외로움과 살아가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매질만 하던 남편과 사별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두 아들이 있는데, 맏아들은 10년 전 내가 장사할 돈을 가지고 집을 나간 뒤 행방조차 모르고 살아가고 있고, 둘째는 3년 전 결혼 후 딸을 낳아 처가 근처에서 살고 있다. 사는 형편이 힘들다 보니 도와줄 수 없는 내 처지가 너무 한심스러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주위를 돌아봐도 친구도 없고, 살고픈 의욕도 없이 하루하루 버티고만 있었다. 삶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그날부터 평소에 먹던 약도 먹지 않고, 식사도 거르게 됐다. 하염없이 눈물만 나오고, 사람들을 만나기 싫어 집안에서만 지내는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죽어야겠다고 생각한 어느 날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한 장의 포스터를 봤다. '나만 이렇게 힘들까'라는 글과 한 사람이 앉아 울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바로 내 모습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쪽에는 포스터 한 장이 더 붙어 있었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우리에게 기대어 주세요'라는 글과 정신건강 및 상담이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그곳에 전화를 걸어 "죽고 싶어요. 너무 힘들어 살 수가 없어요"라며 울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전화에도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줬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던 내 집에 찾아와 주었다.

북구정신건강증진센터와 만나면서 생활은 조금씩 변했다. 순간순간 우울한 마음이 들 때마다 이야기할 곳이 생겼고, 매주 한 번씩 집을 찾는 정신보건 상담전문가 '손님'이 생겼고, 지역 내 복지관과 연결돼 반찬 서비스도 받게 됐다.

매번 센터를 방문해 상담 및 미술치료'음악치료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매주 수요일 직업재활까지 참여했다. 어려웠던 대인관계 기술도 배울 수 있었다. 매일 할 일과 가야 할 곳이 생기면서 일상은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도움을 주는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희망을 얻었고, 우울증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도 있었다. 규칙적인 식생활과 약물관리의 도움도 받았다.

◆'자살'에서 '살자'라는 희망으로

아울러 가장 큰 희망이 된 것은 자식에 대한 소중함이었다. 아들에게 전화할 용기가 생겼다. 아들도 그동안 표현을 못 했지만, 많이 걱정하고 있음도 알게 됐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어느 날 10년 동안 소식이 없던 맏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음 깊은 곳 응어리가 터지는 순간이었다. 생사조차 모르던 맏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삶의 의미를 알게 됐다. 죽고만 싶던 내 인생에 어머니의 자리가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심한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염두에 두었던 내 인생이 사회의 따스한 손길 한 번으로 다시 일어선 것이다.

오늘도 우편함에는 따스한 편지 한 통이 도착해 있다. '당신을 응원하는 친구로부터'라고 시작되는 편지는 나처럼 자살을 생각한 사람들에게 북구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매달 발송해 주는 희망 가득한 편지이다. 손글씨로 또박또박 쓰인 편지를 읽으며 오늘도 세상을 향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자료제공=북구정신건강증진센터 053)353-36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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