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취재 마지막 날 그동안의 고생과 긴장을 풀 요량으로 큰마음 먹고 도쿄의 와규점을 찾았습니다. 와규는 일본의 흑소로 최고급 쇠고기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요.
비싸다는 이야기에 살짝 긴장했지만 이것도 취재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식당으로 씩씩하게 들어갔습니다. 사실 일본에 여러 번 갔었지만 와규는 처음이라 은근히 기대도 됐습니다.
식당으로 들어가자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차림표를 보니 가격이 1인분에 11만원에서부터 7만~8만원, 5만5천원 코스가 있었습니다. 놀랄 만한 가격이었지만 아주 비싼 집이 아니어서 이 정도의 가격이라고 합니다. 음식은 풀코스로 나온다고 했습니다.
풀코스는 전채요리가 있고 와규와 생선요리에 이어 식사가 제공된다고 했지요. 드디어 전채요리가 나왔습니다. 딱 두 접시인데 음식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한국 제사에 쓰이는 나물이 나온 것입니다. 콩나물과 시금치 고사리 삼색나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옆 접시에는 배추김치와 오이소박이가 있었지요. 완전 한국 상차림이었습니다.
요즈음 일본 음식점에서 한국 음식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합니다. 다만 우리와 다른 것이 있다면 삼색나물이 반찬이 아니라 샐러드와 같은 전채요리로 제공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나물과 김치 와규로 행복해 하고 있을 때 식사주문을 받았습니다. 식사메뉴 중 아주 익숙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비빔밥이었지요. 비빔밥을 시켰더니 고추장을 넣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또다시 물어왔습니다.
일본 정통 요릿집에서 비빔밥과 고추장이 나오는 것도 신기한데, 우리말 그대로 발음을 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친김에 직원에게 한국에 간 적이 있느냐고 물었지요. 기다린 듯 다섯 번이나 갔었다면서 '명동' 하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사실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가장 아쉬웠던 점이 음식이었습니다. 일본 음식이라면 심심하고 달달한 건강식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대표적인 일본 음식인 우동이나 라면은 물론이고 삼각김밥에 파스타까지 짜지 않은 게 없었습니다. 우동 국물은 한 숟가락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와규집에서 만난 비빔밥과 나물 요리로 그나마 일본 음식의 좋지 않은 기억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음식이 짜진 걸까요. 아니면 우리 입맛이 심심해진 걸까요.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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